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르누아르> : 내 마음을 맞혀봐

By 강민주

11살의 후키는 무심하게 다른 이의 창고를 열고 들어가 철지난 잡지 묶음을 뒤지고, 침대에 누워 스스로의 목을 조르며 발버둥치고, 그렇게 잠든 꿈속에서 펼쳐진 듯한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에세이를 쓴다. 영화 <르누아르>(하야카와 치에, 2025)는 그런 후키가 지나고 있는 1987년 일본, 여름의 한 시절을 보여준다. 아빠는 말기암 투병 중이고, 엄마는 직장 내 갑질이 문제가 되어 연수를 권고 받은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남편의 장례식을 알아보고 상복을 준비하는 등 어쩐지 아빠의 죽음을 기다리는 눈치다.

 

1.66:1의 화면비는 관객을 후키에게 집중시키지만 가장 투명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후키를 관객은 가장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키의 마음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로 보인다. 영화는 서사를 쌓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후키가 겪는 단편적인 에피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 에피들은 단순히 후키의 시선을 통해 진행되지 않는다. 후키의 시선을 벗어난 엄마의 시공간, 아빠의 시공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이 어른들의 시공간은 후키가 지나는 수많은 에피들보다 짧게 혹은 스치듯이 지나가지만 오히려 그 속에 담긴 마음 혹은 감정은 명확하게 보여준다. 행동심리치료사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 병원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아빠의 표정, 폰팅으로 만난 오빠의 타이트하게 잡히는 매서운 얼굴 등. 짧은 장면에서도 어른들의 사정은 외려 쉬이 읽힌다.

 

이 영화에서 불가해한 영역은 후키의 마음이다. 그리고 이는 영화 속에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후키는 아빠와 손바닥을 맞대고 상대가 고른 카드 맞히기게임을 하고, 친구와는 등 뒤에 서서 내가 고른 물건 맞히기게임을 한다. 그 외에도 어디서 구했을지 궁금한 초능력훈련, 최면, 주술 책을 보고, 읽고, 실행하기도 한다. ‘최면술은 이웃집 여자에게, ‘연애를 끝내는 주술은 엄마에게 사용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기도 하다. 후키의 최면에 걸린 이웃집여자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후키의 박수로 깨어난다. 잠든 엄마 손에 빨간 실을 묶어 실행한 주술은 연애의 종말로 돌아온다.

 

후키가 하는 게임들과 여러 잡기들은 영화의 방식과 닮아 있다. 후키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자신이 고른 카드를 맞히기 바란다. 손바닥으로 눈빛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뿐이다. 영화는 후키가 겪는 단편적인 에피와 그 순간의 감정을 보여줄 뿐이다. 서사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주인공과 관객이 공명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여러 분절된 에피와 이미지들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을 택한다. 자전거를 탄 후키의 등 뒤를 트래킹하듯 쫓던 카메라는 후키의 옆을 크게 돌아 로우앵글로 후키를 비춘다. 후키가 보는 것이 하늘인지, 후키의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 웅장한 클래식인지, 후키는 지금 어떤 마음인지 우리는 모른다. 후키가 겪는 여러 에피 중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영화의 제목인 <르누아르>가 큰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소마이 신지의 자장 안에 있는 감독이, 자신이 감독을 꿈꾸기 시작한 시점부터 간직해온 에피와 정서들을 엮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 그에 걸맞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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