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암린의 부엌>은 인도의 감독 타니슈타 차테르지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암린은 전형적인 인도 무슬림가의 전업주부다. 직장도 가질 수 없고 히잡을 쓰고 생활하는 그녀에겐 집이 우주고 부엌은 자신만의 성전이다. 카메라는 열 평 남짓 사는 암린의 가정을 비추면서 늘 삐걱거리며 위태로운 일상을 이어 간다. 이유는 가부장적인 남편 임타이즈 때문이다, 그는 이 집안의 왕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말이 곧 법이고 종교다. 그런 반면 암린의 아들, 딸은 다르다. 아들은 의대를 지원하고 싶어하고, 딸은 연극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다채로운 색깔이 조합된 암린의 가정에 그늘이 드리운 건 임타아즈의 사고로 경제력을 잃게 되면서 부터다.
이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인물에 충실한 영화라고 생각 든다.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 마주쳤던 많은 인물들, 주위의 인물들이 자신의 시나리오에 들어왔고, 인도 여성의 삶의 권리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빠르게 진화 되어가는 세상에 한 발짝도 들어서지 못하는 임타이즈 같은 인물을 고발한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가정 안에 남아 서열을 정하고 불평등을 조장한다. 여전히 열등의식과 패배에 찌들인 인간을 감독은 주목한다. 또 한 인물 암린이 일했던 집 주인 파룰를 들고싶다. 그녀는 상류계층의 여자로 사진작가 남편을 둔 진보적인 여성이다. 비건주의자며, 음식에 대해 절대적인 신념을 지니고있다. 날것 그대로의 야채와 병적으로 집착하는 먹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은 그녀를 불안증세로 몰아넣는다. 주인공 암린과 상반되는 파룰은 이시대에 똑같이 공존하는 여성이다. 암린이 파룰의 방식에 고단한 여정을 보내지만 파룰은 서서히 암린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게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여성들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영화는 그들이 사는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 그들이 엮어내는 자잘한 충돌이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두 축으로 보인다. 암린이 가정주부로 있었던 시기와 그녀가 파룰부부의 조리사로 출근하는 시기 그 경계에서 스토리는 역동적으로 변한다. 이어서 암린이 18년 결혼생활에 닥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암린은 무슬림 여성이지만 히잡을 자신을 가두는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저 고통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암린이라는 한 여성이 히잡을 스스로 선택하며,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성장해 가는 인도의 여성상을 그린다. 휴대폰도 쓸 줄 모르고, 오토바이도 못 타지만 암린은 자신에게 닥친 삶의 그늘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암린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한 뼘 더 성장하며 천천히 변화해 가는 과정을 깊은 감동과 묵직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건 배우들의 연기다. 실제 감독도 배우 출신이다. 인물 각자가 내재해 있는 힘이 저마다 빛을 발한다. 그래서 <암린의 부엌>은 마치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하다. 또 인도 요리의 향연도 재미있다. 만들어가는 과정, 다양한 소스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는 급속히 변해가는 인도의 한 가정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가족간의 불협화음은 이 가정뿐만은 아닌것 같다. 그런점에서 영화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