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스트레인지 리버> : 흐름과 순환

By 민국주

하우메 클라레트 묵사르트 감독의 <스트레인지 리버>는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한 가족의 여정을 그린 영화다. 캠핑 스팟을 따라 이동하며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을 지나며 일어나는 가족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매우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포커싱은 한 인물에 편중되지 않고 가족 모두를 아우른다. 관객은 한 인물의 세계 속으로 깊이 빠지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조하게 된다. <스트레인지 리버>는 지나가는 시간의 어느 한 지점을 포착한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의도에 기반한 서사가 아닌 강과 자연의 이미지를 통한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순환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버지, 어머니, 세 아들 중 가장 먼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인물은 첫째 아들 디닥이다. 그는 첫사랑을 앓는 중이며 자신을 거부하는 상대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디닥의 성지향성을 눈치챈 둘째 아들 비엘은 약간의 반감을 내비치지만, 상대가 디닥과 같은 남자라는 사실이 이 가족에게 큰 문제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영화는 디닥의 혼란과 감정을 직접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기보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미묘한 만남과 이미지로 표현해낸다. 디닥에게 다가온 신비로운 소년 알렉산더.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교감하지만, 실상 대화는 단 두 마디 뿐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하룻밤을 통해 관객은 보편적인 성장의 아픔과 새로운 경험의 폭력적 면모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디닥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구성원의 이야기도 직접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단지 우연히 마주친 인물과의 대화, 과거의 이야기 등을 통해 개인이 지닌 캐릭터의 일면만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관객이 그렇듯, 이 가족 또한 서로의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들에겐 분명한 연결성과 이해심이 존재한다. 예컨대, 디닥이 겪는 신비로운 시간은 어머니가 이야기해준 첫사랑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마침, 그들이 지금 지나는 곳은 아버지의 옛 학교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부모님 세대에서 디닥의 세대로 이어지는 영화의 장면들에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인간사의 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영화가 시종일관 비추는 강과 물의 이미지처럼, 흐르고 순환하는 세대, 그 안에 고인 첫사랑, 성장, 혼란, 청춘의 경험과 이미지가 겹친다. 때로는 도전적이고,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신비한 이 모든 순간과 감정들이 다음 세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리란 연속성의 암시가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고, 스스로 정화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강, 자연의 모습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시각적 풍경뿐만 아니라 음향도 탁월하다. 물 속, 수면, 숲, 길 위, 강 등. 마치 자연 한 가운데 들어선 듯한 생생한 소리들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와 만나 더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풍경은 늘 정적이고 고요하지만, 성장하는 개인의 내면에는 사실 폭풍 같은 혼란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 모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스트레인지 리버>는 그 가운데 나누는 이해, 경험의 신비로움, 인간의 생애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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