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그저 사고였을 뿐> :  선택의 순간

By 정지현

 

   일가족을 태운 차가 불빛도 없는 어두운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개를 보지 못하고 치어버린다. 운전석에서 남자가 나와 사체를 수습하자 아이는 아빠가 개를 죽인 거라고 호도하고 엄마는 이 모든 일은 신의 뜻이자 그저 사고일뿐이라고 달랜다. 그러나 사고 탓인지 가족이 타고 있던 차가 도로 위에 멈추게 된 순간 우리는 운전을 하던 남자의 발소리를 듣게 된다. 흙바닥에서는 들리지 않던 남자의 발소리가 시멘트 바닥 위에서 기묘하게 울려 퍼지고, 그는 다리를 절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독특한 마찰음을 남긴다. 배경음악 하나 없는 영화에서 그 기척은 꽤 거슬린다. 남자의 발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관객들뿐만이 아니다. 정비공 바히드는 남자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부터 영화는 쉬지 않고 달린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과거와 현재의 이란에서 벌어진 사건들,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할 말이 너무 많아 돌려 말하지 않고 거침없이 토해낸다. 그러다 보면 배우들의 대사는 많을 수밖에 없고 관객은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속수무책으로 뒤집어써야만 한다. 그것을 위해 영화는 아주 긴 롱테이크 씬을 선택하여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로 화면을 압도한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조명, 사운드의 도움 없이 오로지 대사만 이어지는 장면이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실린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은 단순히 지금 이란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향한다.

 

과거를 청산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그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영화 곳곳에서 현재의 이란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조금만 말소리가 커져도 보안 요원들이 웃으면서 다가와 벌금을 뜯어가거나 임산부가 출산이 임박해도 남편이 없으면 진료도 받을 수 없다. 곧 결혼을 앞둔 부부가 웨딩 촬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시종일관 보안 요원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나열하니 심각해 보이지만 정작 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라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런 체제 속에서 파리 한 마리 죽인 적 없다던 바히드는 상황에 떠밀려 일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을 모든 것이 닫혀 있단 생각이 들 때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했다. 그걸 증명하듯 바히드에겐 진퇴양난의 순간이 오지만 그의 선택은 이 영화에서 가장 완곡한 지점에 머무르게 된다.

 

바히드의 선택은 감독과 맞닿아 있다.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이지만 이란 정부에게 체포와 구금, 가택연금을 당했다. 현재까지도 검열과 억압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꾸준히 이란을 말하는 영화를 만든다. 그렇다면 그의 눈에 이란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보일까? <그저 사고였을 뿐>에서 그 질문의 답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체제의 뿌리 속에는 각종 부정부패가 가득하다. 그러나 그 사회의 가장 아래층을 이루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쁠 땐 춤을 추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며 불의를 보면 분노하고 서로를 돕는다. 그들을 향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시선 속에서 우리는 바히드의 선택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응원을 보내는 것뿐인 먼 나라의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그의 안전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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