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암린의 부엌> : 음식 재료처럼 다양한 문화적 맛과 색을 느껴봐요

By 민병창

인도영화 답게 시작은 노래와 춤이다.

동네 축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색종이 아래에 춤추고 노래한다. '색을 묻혀달라'는 노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색은 여럿이다. 눈으로 보는 '시각적 색도 있지만 '인식'이라 표현하는 구분 짓는 색도 있다. 

남녀, 직업, 지역, 국가, 종교, 인종 등 형성되어진 문화적 색과 빈부격차, 교육의 기회, 계급 차이에 의한 색도 있다. 여기에다 변화하는 사회로 일어나는 세대, 가족 안에서도 다양한 색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이니 옷색깔이나 옷차림새가 가장 두드러진다.

옷 자체로도 인종 국가 종교 등을 구분할 수 있고 품은 생각마저도 조금은 읽을 수가 있다.

 

감독은 이렇게 많은 다양한 색을 짧은 시간안에 다 표현하려는 욕심쟁이며 적절히 배치할 줄 아는 조율사이기도 하다. 

뭔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깊게 탐구할 것 같지만 사림들 일상 속에 어려움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추는데 역점을 둔다..

 

암린(타니슈타 차테르지)이 살고 있는 집은 단칸방이다. 개스레인지는 침대 밑에 있고 요리할 때 그것을 꺼내어 바닥에서 음식을 만든다. 식구가 무려 여섯.

남편은 축제때 세워둔 철제가 무너지면서 다리를 심하게 다친다. 생계가 막연해지는데, 여기에 더해 곧 취직이나 독립할 수 있는 18세가 되는 아들은 의대에 지원을 한 상태다. 등록금도 엄청날 터. 이웃에 사는 친구는 남편을 내 쫓고 옛애인을 만나러 고향에 2개월간 다녀온다. 그 사이 자기가 하는 가정부 일을 암린에게 부탁한다.

 

 여긴 인도다. 하지만 남편은 무슬림이고 대부분 종교인들이 그러하듯 가족 모두 무술림으로 삶을 복무해야만한다. 돈이 필요하여 아내에게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만 주변 눈치도 봐야하고 자기 체면도 상하는 것같아 못마땅하다.

 처음 일나가는 암린은 마치 한번도 외출 못해본 사람마냥 주변 모습들이 경이롭다. 자기처럼 차도르를 해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도르 한 사람을 취직시켜 주는 곳도 별로 없다. 세상은 자기 삶과 동떨어진 듯 굴러가지만 암린은 여기에 기죽지 않는다. 그냥 자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음식만들어 주고 돈 버는 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이니 매우 다양한 것들이 충돌하고 버무려지기도 한다.

암린이 처음 간 곳은 채식주의자 집인데 남편은 육류도 먹지만 아내 채식을 그저 따라하는 집이다. 여기선 가장 중요한게 비타민 C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 암린은 처음 조리하는 양 채소 다루는 법을 주인 입맛에 맞게 모두 다 배워야 한다. 상대를 맞추기 위해선 자기는 없다. 이 후 일거리를 늘리는데 어느 집은 '인류 시작은 육식'이라 주장하는 집에서 육류를 주요리로 한다.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렇게 다양하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처럼 영화도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다. 자기 체면과 육체적 욕망만 채우려는 남편, 게다가 아내나 아이들이 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생각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다. 종일 휴대폰을 보고 연애에 열중하는 아들, 남편들 짓거리를 험담하고 섹스에 대해 거침없는 대화를 나누는 이웃. 암린도 그저 착한 것 같지만 영악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어찌보면 사피엔스라는 종의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 일상 속에서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고 변해가지 않는가!

암린은 처음 바깥 일을 시작하면서 변화를 느낀다. 변해 가고 싶다. 임란은 차도르를 철저히 갖춰 입는다. 힌두교 지역이라 대부분 차도를 하지 않는다. 아들도 차도르를 가지고 놀린다. 차도르는 '차이'나 '차별'을 대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가장 도드라지는 차이는 첫번째 가정 여성과의 옷차림이다. 임란은 일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변해가는 자신을 보는데 차도를 벗을까?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모두 남탓을 돌리기 마련이다. 감독은 이것 마저도 끌어안는다. '차이'가 아니다 '다를' 뿐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심지어 폭력마저도 적당히 끌어안을 기세다.

춤과 노래로 신나고 힌두교 속 무술림이 공존하는 모습, 세상은 억압을 풀고 더불어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재밌게 풀어낸 '타니슈타 차테르지' 감독의 의도는 큰 특징이 없어도 신선하다.

감독의 재치가 곳곳에 숨어있고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배우들을 조용히 따라가는 화면도 인상적이다.

​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