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모든 점> :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노이즈

By 배혜경

감독만큼이나 차분하게 자기 시선을 탐구하는 우주적 다큐멘터리이다.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독특한 실험, 이소정 감독의 <모든 점>은 우주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95%를 영화적으로 고찰한다.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며 일면 다크 이미지를 연출한다. 그렇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나'의 앳된 보이스에 '그'의 부드러운 보이스가 친절한 설명을 얹어주어 두 개의 목소리로 전하는 온기가 깔린다. 

 

"어느 날 편지와 필름 한 통이 도착했다. 그에게서 온 것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나'의 보이스오버로 시작한 영화는 시공간의 아주 먼 곳을 날아다닌다. 필름인화실에서 시작해 1840년대 왕성했던 미국 광산과 화석이 발견된 미국 동부의 어느 섬, 오래된 동굴과 천문대, 물속과 폐가전 공장, 별이 빛나는 하늘을 횡단한다. 빛상자와 상이 망막에 맺히는 원리에서부터 기계와 신체가 병렬해 지질과 천문, 고고학 등 종횡무진 과학의 세계도 넘나든다. 

 

이 기나긴 여행은 '나'가 필름을 인화해 본 후, 예상밖에 시작된다. 필름에는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았다. '나'는 자신의 잘못인지 그의 잘못인지 알지 못하지만 이 정체를 숨긴 이미지(상)가 궁금해진다. 그보다 더 호기심을 끈 것은 뜻밖에도 다른 데 있다. 인화지에서 별처럼 무수한 점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실제 네거티브필름 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그레인일 것이다. 언뜻 보아선 보이지 않던 물질적 존재들을 기계-신체가 포착하고, 본다는 것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며, 이 모든 점에서, 그레인을 거슬러 영화가 출발한다. 

 

감독은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에서 시작해 '사라져서 만나게 되는 의외의 시공간'에 주목한다. 실수로 사라져버린 어떤 이미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영화는 궁극의 인간적인 가설을 전제하며 진화론에 근접한다. 점과 점 사이, 무수한 상들을 지지하고 있는 수많은 원자. 여기서 영화는 죽어가는 것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 즉 노이즈를 만드는 생명체라고 강조한다. 화석에 난 균열과 틈이 그것이다. 노이즈는 오래전 폐쇄된 탄광과 동굴의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로 이어지고 재생을 기다리는 버려진 기계들로 이어진다. 카메라가 폐가전들을 비추는 시선은 있는 그대로 물질적이어서 오래 가까이 들여다보자 시간의 녹이 노이즈로서 말을 건다. 재생되는 기계음. 그것은 소거된 소리의 집합체이며 폐기된 시간과 응축된 기억의 물질이 방출하는 노이즈이다. 버려지고 잊혀서 죽어갈 뿐, 살아 있는 것들이다. 

 

이런 고찰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박테리아였을 때의 잠재기억으로 데려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든 점으로 연결되고 팽창하고 영속한다. 영화는 물질적 연결-감각으로 우주에 영입된 소우주로서의 인간과 사물을 나란히 본다. 그럼, 영혼도 물질일까, 다시 묻게 된다. 우리 정신의 작업도 신체에 기대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도 지극히 물질적 경험이었다는 감독의 말은 모호하지 않다. 영혼이 담기는 기계와 디지털 매체들을 떠올리면 자동인형으로서의 근대적 인간을 소환하게 된다. 

 

영화의 보이스를 따라가며 인간은 물질적 세계(미생물, 광물, 별) 안에서 영원할 것이라고, 거대한 통합의 체험을 선사받는다. 유영하는 사유의 물질적 여행이 편지가 처음 발신된 곳을 향해 두 발로 찾아나서는 '나'의 또 다른 여정을 어떻게 이끌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모든 점”에서 출발한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