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민규동 감독이 장편 데뷔작으로 공동 감독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1998)의 속편으로 알려졌지만,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선택한다. <여고괴담>이 학생과 학교라는 대립 구도를 축으로 관습적인 장르의 화법에 충실했다면, 이 영화는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가며 모호한 심리적 미스테리에 집중한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 교환일기와 캠코더 등을 도입한 신선한 전개, 동성애를 비롯한 십 대들의 다양한 욕망과 감정은 이 영화가 시도한 새로운 지평으로 불릴 만하다. 여자 고등학교에 서린 불안과 분노와 슬픔의 서정을 공포 장르 안에서 예민하고도 대담하게 풀어낸 연출이 돋보인다. 김규리, 박예진, 이영진, 공효진 등의 풋풋한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 (남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