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행위를 통해 사회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로드 무비 형식의 풍자영화. 이란의 어느 오지 마을. 이 지역의 투표를 책임진 여성 관리가 군인과 함께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투표에 참여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파야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투표와 이란 사회의 상관관계를 두 가지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 하나는 전근대적인 이란의 모습들, 이를테면 문맹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또 동시에 비밀투표가 과연 민주적인 참여행위인가, 혹은 사회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거기에 이슬람 종교관까지 대입시킨다. 오지 마을 사람들이 후보자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행하는 투표의 효용성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는 마침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신이며, 나는 신에게 투표하겠다”는 한 노인의 행위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게 된다. 파야미는 아무리 민주적이고 훌륭한 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든 상황에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가는 여성 관리의 모습에서 그 역설적 의미를 극대화시킨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