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는 현대와 전통,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언어가 공존하는 복잡한 도시이다. 하지만 ‘몬순 계절’은 그처럼 다양한 인도인들의 삶에 하나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라 네어는 몬순 시즌에 열리는 델리의 한 상류층 가정 베르마가의 결혼을 통하여, 인도인에게 있어 계급, 언어, 연령을 초월한 ‘가정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긍정적이고도 즐거운 해석을 내리고 있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베르마가의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있다. 아디티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사촌 리아는 어릴 적 사촌 아저씨 푸리로부터 성추행당한 쓰라린 추억을 떠올린다. 결혼식장 장식을 맡은 중류층 노총각 두베이는 베르마가의 하녀인 앨리스와 사랑에 빠진다. 이 모든 갈등과 사랑에 대한 머뭇거림은 아버지 랄리트의 현명한 결단과 가족들의 이해에 의해 마치 한 줄기의 폭우처럼 모두가 씻겨 버리고 결혼식은 한바탕 신나는 축제의 장으로 막을 내린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춤과 노래는 발리우드의 그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몬순’이 인도인에게 공통적 생활양식과 정서를 안겨 주듯이 <몬순 웨딩>의 ‘가족주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