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 낸 작품. 원작자 가네시로 카즈키의 말처럼 <고>는 민족적 정체성의 문제보다는 한 반항적인 젊은이의 고뇌와 폭발하는 젊음을 그리고 있다. 재일교포인 스기하라는 조총련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고, 학교도 일본 학교로 진학한다. 그리고 권투선수였던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권투실력으로 학교에서는 짱이 된다. 사쿠라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스기하라가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쿠라이는 그의 곁을 떠나간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그들은 다시 재회를 한다. 스기하라에게 있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의 문제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여타 젊은이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의 고민을 하면서, 또 하나의 문제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즉, 가네시로 카즈키의 의도대로 유키사다 이사오 역시 반항적이지만 낙천적인 한 젊은이의 좌충우돌하는 삶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이방인임을 자처하는 카즈키의 주인공에 비해 이사오의 주인공은 좀 유별난 ‘일본인’처럼 그려지고 있다. 스기하라는 비록 차별은 받을지언정 일본인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것은 감독 스스로가 재일교포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나름대로 재일교포에 관한 편견을 지우려는 하나의 방식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