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현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나 이데올로기는 얼마나 무용한가? 그것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종종 일상을 억압하고 그 속의 인간을 집어삼키고 만다. <엄마는 갱년기>는 중국의 관료주의가 인민들의 일상적 삶에 얼마나 치밀하게 스며있고 교활하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영화다. 엔지니어인 시에 유팅(Xie Yueting)과 정신과 의사 라오 구오(Lao Gu)는 어느 날 결혼 증명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18살 먹은 딸도 있지만 결혼 증명서가 없으면 그들은 가족으로서 합법적인 어떤 것도 보장받지 못한다.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결혼 증명서를 찾아 헤매는 시에는 신경증에 걸리고 그런 아내를 보다못한 라오는 별거를 선언하고 이혼 직전의 부모에 항의하기 위해 딸은 가출을 감행한다. 한낱 종이짝 때문에 해체 위기에 처한 가족이라는 설정은 그 비판의 총구를 중국 관료주의에 정확하게 정조준하는 한편 영악하고 유쾌한 18살 화자와 애니메이션은 이 영화에 무게를 덜면서 공감을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