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현대와 과거, 서양과 동양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이다. 홍콩의 이 양면적 얼굴은 늘 프룻 챈에게 있어 기발한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할리우드 홍콩> 역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의 홍콩의 이면을 엉뚱한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할리우드′는 홍콩의 어느 판자촌 근처에 서있는 빌딩 이름이며, 동시에 가난한 홍콩인들이 선망하는 미국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자촌의 현실은 그곳 사람들로 하여금 단지 꿈을 꿀수 있는 기회만을 허락할 뿐이다. 판자촌 동네의 샤오라(燒臘)식당의 뚱보 삼부자와 건달 웡치컹은 중국 본토 출신의 매춘부 통통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 넋을 잃는다. 그리고,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고난 뒤 그들에게는 끔찍한 일들이 생겨난다. 프룻 챈은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을 아직은 불편해 하는 듯 하다. 그 자신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제는 중국본토가 홍콩에 끼친 영향을 탐구해 보고 싶다고 했듯이, 프룻 챈은 그 불편함을 본토 출신의 매춘부 이야기를 빌어 우회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건달 웡치컹과 동명이인의 남자는 통통의 배후 조직에 의해 손목이 잘려나간 뒤, 그 손목을 찾아 간신히 접합수술로 이어붙이지만 그들의 손목이 뒤바뀐채 붙여짐으로써 한사람은 왼손만, 또 한사람은 오른손만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은근한 프룻 챈의 풍자는 가히 압권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