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이마무라 쇼오헤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다. 때로는 혐오스러울 만큼 인간 냄새를 풍기는 이마무라 영화의 캐릭터들은, 모든 이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인간의 본질’이란 측면을 돌출시켜 보여 준다. 특히 그 본질 중에서도 그의 일관된 테마는 <일본 곤충기>, <빨간 살의>, <신들의 깊은 욕망> 등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여성이 지닌 원시적 생명력이다. 이 영화에선 이마무라가 착안한 기발하고도 발칙한 성적 상상이 여성의 신비성이란 시점에서 그려진다. 실직하고, 아내에게마저도 이혼을 요구당한 사사노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무작정 거리의 행려 타로가 말한 적 있는 토야마 현의 작은 어촌 마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붉은 다리가 보이는 집’을 찾아 나서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여자 사에코와 만나게 된다. 사에코는 몸 속에 ‘물’이 고이는 특수 체질로, 정기적으로 남자와 사랑을 나눔으로써 그 물을 몸 밖으로 방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가 뿜어 내는 엄청난 양의 그 물은 하수구를 타고 심지어는 강으로까지 흘러 들어가서 그로 인해 각종 물고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뒤범벅이 되고 갈매기까지 날아드는 불가사이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사사노 역시 사에코가 뿜어 내는 그 물의 매력에 포로가 되고, 그 물에 탐닉함으로써 서서히 새롭게 변해 간다. <우나기>의 두 주연배우를 다시 한번 기용해 펼치는 이마무라식 영상언어가 빚어 낸 어른들만을 위한 동화 같은 판타지 영화. (양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