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칸 영화제 출품작
1999년 칸느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이 영화는 한 여성이 과거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동시에 통절하게 담아낸다. 안과의사인 두 지아건은 유부남이었던 애인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그를 기다리며 매일 그의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결혼할 상대를 찾는다는 청혼광고를 신문에 낸 그녀는 전화를 해온 많은 남자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17살의 학생부터 전직 군인인 할아버지까지 , 노동자에서 예술가까지 다양한 성격과 인생의 내력을 지닌 남자들은 그녀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 자기안에 숨겨진 욕망과 비밀들을 털어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애인의 전화에다가 독백을 늘어놓던 그녀는 수화기를 든 애인의 아내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마치 다큐멘터리 등장인물들의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자막들, 하이앵글과 단조로운 화면구성을 통해서 건조하게 묘사되는 인터뷰 장면 등은 낯선 사람들 간의 만남을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만들지만 , 점차 그녀가 자신을 열면서 교감과 소통으로 나아가듯이 관객 역시 반복적인 형식과 확장되어 가는 내용 속에서 위치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 억압과 상실의 경험에 기반한 등장인물들의 욕망은 바로 우리 자신의 욕망을 들추어내면서 반향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그녀가 마지막에 얻게 되는 극단적인 고통과 평화라는 역설적인 결과 역시 우리 것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