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홍콩 영화제 출품작
건달과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며 사는 과부가 만나서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라면 지극히 상투적인 소재일 터이다. 조니 토는 이러한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 그리고 매력적으로 그림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말하자면 <재견아랑>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의 영화인 것이다. 감옥에서 갓출소한 건달 마이클은 전처와 과거의 부하들로부터 자신의 돈을 되찾고자 한다. 그런데 마이클은 자신이 투숙하고 있는 조그마한 호텔의 주인 쥬디와 그녀의 아들 토니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그들을 도우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마이클은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수많은 홍콩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범한 삶을 원했지만 비극적 운명을 맞이해야만 했던 영웅들과는 달리 마이클은 방황을 끝내고 정착을 한다. 그것도 홍콩이 아닌 마카오에서. 과거의 영웅들과는 달리 마이클은 더 이상 염세적이거나 비관적이지 않으며 , 또한 비록 배신과 음모가 여전하지만 마이클은 인내를 하며 관용을 베푼다. 마이클이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라 가정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마지막에 행복한 삶을 찾는 불운했던 영웅의 이야기는 조니 토에게 좀 특별해 보인다. 에필로그 부분에서 감옥에서 출소한 뒤 교도소 담 옆으로 걸어가는 마이클의 뒷모습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 조니 토가 과거의 비극적 영웅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상징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