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사무 데츠카의 아들, 테츠카 마코토의 <백치>는 아버지의 애니메이션의 환상세계를 실사로 재현해 보인 영화다. 그러나 아버지보다 훨씬 나아갔다. SF,공포, 로맨스 , 코미디, 뮤지컬 장르의 혼성 속에 사회비판적인 시각까지 곁들인 <백치>는 진보적인 영화 언어로 말을 거는 새로운 세대의 영화다. 미래로 보이는 그러나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는 일본. 그곳은 지금 전쟁중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이자와는 낮은 포복을 유지하며 어느 집에 하숙을 하고 있다. 매춘부, 소매치기, 광인 , 걸인 , 자살자 등 그의 이웃들은 전쟁으로 인해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이다. 그 속에서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자와는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왜곡된 사랑으로 그를 괴롭히는 TV스타 징가로 인해 그는 더욱더 방송국 일에 신물을 느끼며 그럴수록 더욱더 자신의 영화를 찍고 싶은 열망은 커져만 간다. 어느 날 광기에 사로잡힌 남편을 피해 그의 집으로 숨어든 이웃집 여자, 사요. 그들은 순수함으로 서로의 정체성 속에 스며들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전쟁은 극한으로 치닫고 그들은 화염 속에서 처음으로 생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백치>는 강렬한 색채,상상과 실재의 경계없는 너나듦, 환상적인 이미지의 퍼레이드 속에 매체 속성과 모순적인 현실에 대한 인식이 감독의 강한 자의식과 결합된 매혹적인 판타즘 영화이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