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여성 전용 객차에서출근 시간, 인도 뭄바이의 통근 열차는 말 그대로 지옥철이다. 이 열차가 지상의 마지막 열차인 양 구름 떼 같은 승객들이 닫히는 문 사이로 뛰어들고, 탑승하지 못한 이들은 문에 매달린다. 다행히 이 열차에는 여성 전용 객차가 있다. 인도 안의 또 다른 인도, 여기는 여성들의 소우주다. 레바나 리즈 존은 그곳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여성들에게 말을 건넨다.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합니까?" 주부, 펑크족 소녀...
아시아영화의 창
열대왕사에어컨 수리 기사 왕슈밍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가던 길에 길바닥에 누워 있던 한 남자를 차로 치고 달아난다. 다시 돌아가 남자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시체를 유기한 왕슈밍은 죄책감에 못 이겨 경찰에 자수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우연히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다니던 리앙 부인을 만나게 된 뒤, 왕슈밍은 묘한 분위기의 그녀 주변을 맴돈다. 고뇌와 우수에 찬 왕슈밍, 어둡고 붉은빛이 도는 조명과 색감, 줄곧 왕...
와이드 앵글
열쇠나이든 열쇠 수리공은 수전증을 앓게 되면서 더 이상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게 된다. 의사도 그의 은퇴를 권유하지만 그는 쓸모없어지는 것과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박성호)
아시아영화의 창
옌 씨의 수행중견 회사의 간부인 돈 잘 버는 남편. 예쁘게 잘 자란 딸과 곧 결혼을 앞둔 아들. 건강한 반려견.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살림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집. 모든 조건이 완벽한 것 같지만 옌 부인의 마음은 복용하는 약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복잡하다.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각종 기수련과 여러 가지 방법들을 취해보지만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남편과 불륜 관계였던 사람이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
플래시 포워드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1945년 종전 후 무려 29년 동안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1974년에 투항한 일본 군인 오노다 히로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다. 다수의 시나리오와 첫 장편 <다크 인클루전>(2016)에서 독특한 연출력을 선보인 아서 하라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은 실존했던 이 일본 군인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에 대한 비판이나 광신이라는 주제를 너머 <오...
와이드 앵글
오도리코: 일본 스트립 댄서의 삶‘오도리코(踊り子)’는 주로 스트립쇼를 선보이는 일본의 여성 무용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직접 안무를 짜고 의상을 고르며 쇼를 기획하는 창작자이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오도리코가 설 무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들의 조금은 특별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편, 소멸의 과정에 놓인 누군가의 기억을 대신 기록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스트립쇼라는 소재의 특이성으로 인해 혹시 타인의 고유...
아시아영화의 창
온 더 잡: 실종자들세상 어디에나 부패와 범죄가 넘쳐날 때 정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필리핀의 재능 있는 에릭 마티 감독이 연출한 <온 더 잡: 실종자들>은 야생의 정글과 같은 도시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역경을 견뎌야하는 기자 시소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어느날 오랜 동료와 그의 가족이 실종되는 일을 계기로 탐사보도를 시작한다. 한편 로만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인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
한국영화의 오늘
올 겨울에 찍을 영화남자의 직업은 영화감독이다. 새 영화를 준비 중인 그는 어느 여자의 집을 찾아간다. 둘은 과거에 사귀었던 것 같고,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것 같다. 남자는 자신이 만들 새 영화 이야기를 여자에게 풀어 놓는다. 그러자 <올 겨울에 찍을 영화>의 전개는 돌연하면서도 담담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하루, 그리고 남자가 풀어놓는 영화 속 영화의 또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양 갈래로 교차하며 전...
특별기획 프로그램
와즈다자전거를 갖고 싶은 열 살 소녀 와즈다는 1천 리얄의 상금이 걸린 코란경연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영화는 와즈다가 자전거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현실을 폭로한다. 여자라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와즈다에게는 여자라서 운전을 할 수 없는 엄마가 있고, 과거에는 와즈다 같았다던 여성 교장이 있다. 와즈다가 편견에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동안 와즈다의 엄마가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 중요하...
와이드 앵글
왕십리 김종분왕십리에서 50년 넘게 노점을 해온 김종분 씨의 삶은 경이롭다. 여든셋의 나이에 이제 노점을 접어도 먹고살 만해졌지만, 김종분 씨는 그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건 손님도 마찬가지다. 김종분 씨가 거기 있으니 찾아가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옹기종기 쪼그려 앉아 찐 옥수수와 구운 가래떡을 나눠 먹는 김종분 씨의 노점은 지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낙원처럼 보인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