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마법의 언어니카라과 혁명을 소재로 하는 <마법의 언어>는 현대 중남미 다큐멘터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체게바라의 대륙에서 만들어지는 이곳 다큐멘터리들은 한때 그곳을 관통한 ‘레볼루시온’을 여전히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이 영화 또한 니카라과 혁명이 성공한 때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성공의 주역인 산디니스타들의 행보를 보여주며 혁명의 의의가 과연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러...
월드 시네마
마음 속 먼지카티가 원하는 삶은 베를린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카티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사람들을 상담해 주는 카티의 엄마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던져주지만, 정작 카티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의견대립은 카티의 4살짜리 아들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카티의 아빠 볼프강이 카티와 함께 살겠다며 집으로 들어온다. 이로 인해, 카티는 부모의 문...
한국영화의 오늘
마이 라띠마감독 유지태의 세상을 향한 문제의식이 눈길을 끄는 문제적 장편 데뷔작이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남자 수영(배수빈 분)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 결혼한 20대 초 태국 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두 남녀의 성장 드라마이자 멜로 영화다. 여기에 수영을 호스트 바에 소개하는 호스티스 영진(소유진)과 수영의 드라마가 결합되면서 영화는 치정담의 외양을 띠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 라띠마>는 늘...
한국영화의 오늘
마이웨이세계 제2차대전과 그 직전 시대를 배경 삼아 한-일의 두 라이벌 청년을 축으로 펼쳐지는, 초 국적의 문제적 휴먼 · 전쟁 대작이다. 전쟁 발발 전에는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였던 두 청년이, 전쟁이 터지자 강제 징집된 일본군 병사와 장교로 운명적 재회를 한다. 전쟁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두 청년은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의 지루한 전쟁을 겪으며, 점차 서로...
월드 시네마
마지막 문장저명한 저널리스트 토르그뉘 세겔슈테트는 ‘중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나치 정권의 횡포를 애써 외면하는 스웨덴 정치인들을 비판하며 히틀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비록 그에게는 펜이 유일한 무기며, 사생활은 신문사 사주의 부인과 불륜, 딸 보다 어린 비서와의 염문, 부인의 자살 등으로 얼룩졌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히틀러와 나치 정권에 대항해 고독하게 싸우는 모습을 통해 “한 사람이 얼마나 역사에 영향을 미칠 ...
특별기획 프로그램
막다른 골목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갱스터 이야기를 전복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비튼 작품인 막다른 골목은 처음에 제목을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제목을 따 <카텔파흐를 기다리며>로 지었을 정도로 초현실주의와 부조리 연극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이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주로 다루는 모티브 중 하나인 캐릭터 사이의 파워 게임을 다룬다. 이 파워 게임의 특징은 희생자와 가해자의 역...
아시아영화의 창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서<만개한 벛꽃 나무 아래서>는 3.11 대지진의 후과를 다룬 작품이다. 3.11 참사 이후 회생의 기운이 싹트는 작은 공장의 노동자 시오리, 겐지 부부는 아이를 가질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후배 다쿠미의 실수로 겐지가 사고사를 당하고, 숙련공 겐지의 부재로 공장에는 주문이 끊어진다. 쇠락해가는 공장을 보며 절망하는 직원들, 홀로 남겨진 시오리는 다쿠미를 원망하지만 용서를 구하며 다가서는 다쿠미와 사랑에 빠...
특별기획 프로그램
맹목적인 기회우연한 사건의 한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철학적 암시는 암시의 명확성만큼이나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중심 인물에 대한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진지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1980년대와 90년대 폴란드의 상징적인 배우인 보그스와브 린다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세 가지 다른 양상의 인생 속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과 무관하게 주인공은 항상 정직...
월드 시네마
먹다 자다 죽다샐러드 포장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초반의 로사는 구조 조정의 여파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현실을 마주한다. 양상추를 정확하고 빠르게 자르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로사지만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운전 면허도 없는 그녀에게 구직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간 남들이야 어떻게 바라보든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하기만 했던 로사는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결국 태어나서 줄곧 자란 마을을 떠나야 할 위...
와이드 앵글
메밀꽃 필 무렵한국단편문학을 대표하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극화한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선보일 한국단편문학선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책 속에서만 상상하던 장면, 특히 허생원이 봉평장에 들르기 위해 밝은 달빛 아래에서 메밀꽃밭을 거니는 장면은, 셀 애니메이션만의 따스한 정서와 만나 한국적 정취를 응축해 보여준다. (문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