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찡찡 막막가난한 영화감독 지망생이 있다. 간헐적으로 조감독 일을 하지만 생계가 막막해서 거리에서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 그는 태국에서 온 여자와 결혼했지만 제대로 된 결혼식도 못하고 산다. 아내는 한국어를 배우고 일거리를 찾으며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감독이 되고 싶다는 남편의 꿈은 멀게만 느껴진다. 남자는 전에 알던 여자 감독한테 아내가 입을 옷을 얻어 오기도 하고 희망 없는 조감...
아시아영화의 창
천국의 모퉁이엄마가 갑자기 사라지고 난 후, 소년은 황하 계곡의 거친 황무지를 따라 떠돈다. 소년은 엄마에게서 온 편지 밖에 가진 게 없다. 그는 직업을 구하다 탄광마을에 머물게 되지만 힘든 노동에 지치고, 어른들은 그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소년은 탈출하여 또래의 거친 소년 도둑들과 함께 어울린다. 그는 아편에 빠지고, 아편 굴에서 지내는 어른들 틈을 헤집고 다니기도 하며, 벼랑에서 뒹굴 때도 있다. 영화는 미로 속으로 ...
뉴 커런츠
철원기행평생 철원공고 교사로 일한 아버지가 정년퇴임을 한다는 소식에 어머니와 두 아들과 며느리가 철원을 찾는다. 퇴임식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쓸쓸하고, 가족은 중국집에 모여 밥을 먹다 아버지의 폭탄선언을 듣는다. 이혼을 하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히고 아들과 며느리는 당황한다. 때마침 내린 폭설로 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가족은 아버지가 머무는 철원의 관사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경제권...
한국영화회고전
초우자동차 정비공인 남자와 식모인 여자가 있다. 자동차 정비공은 자신을 기업가의 아들로, 식모인 여자는 자신을 프랑스 대사의 딸이라 속이고 서로 만난다. 신분을 속인 남자와 여자는 데이트를 거듭하며 사랑에 빠지고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에 부풀지만 결국 신분이 탄로난다. 정진우 감독은 <국경 아닌 국경선>, <하얀 까마귀>, <차라리 남이라면> 등의 영화에선 분단의 장벽을 멜로드라마의 배경으로 사용했고 <초우>, ...
와이드 앵글
출근평생 경찰을 했지만 제대로 진급 한번 못한 남자가 마지막 출근을 한다. 남자는 관할구역에서 자살 소동이 벌어지자 자원해서 출동하고 자살하려는 사내와 마주한다. (남동철)
플래시 포워드
침묵 속에현재 드레스덴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아가타 쉰들러로바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음악학 연구자다. 그녀는 나치에 의해 운명이 뒤바뀐 유대인 출신 음악가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영화는 이들 중 일부의 삶을 담고 있다. <침묵 속에>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핍박을 음악, 무용 등 예술이라는 특정분야에 국한시켜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인물들의 내면화된 목소리로만 진행되는 실험성이 주목할 만하다...
와이드 앵글
침묵의 시선40대 초반의 안경사 아디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갖고 있다. 1960년대 인도네시아 군부정권시절 학살로 인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형이 살해된 것. 50여년 전의 과거를 타인의 기억과 이미지들로 재구성하는 아디의 모습은 바로 그 학살을 자행했던 가해자들의 현재모습과 병치된다. 그들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 학살의 현장으로 카메라를 안내하며 폭력의 기억을 재연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
미드나잇 패션
카날한 필름보관 담당자가 텅 빈 상영관 안에서 자신이 겪게 될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 될 흐릿한 화면을 보고 있다. 데이빗과 그의 아내는 완전히 행복한 듯 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그들의 안식처가 근대 초기에 벌어진 무시무시한 살인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에도, 데이빗은 그저 지난 날의 구닥다리 역사로 치부해 버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 끝나버린 줄 알았던 끔찍한 ...
오픈 시네마
카트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고달프다. 계산대에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고객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야 하지만 월급은 언제나 쥐꼬리 수준이다. 마트에서 모범사원으로 손꼽히는 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규직이 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성실히 일한다. 그러나 선희의 바램은 한 순간에 산산조각 난다. 회사에서 갑자기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부 해고한다고 통보...
플래시 포워드
카프카의 굴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의 단편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인생의 모든 것을 얻은 한 남자가 요새와 같은 아파트 단지 내로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등장하며, 카메라는 새 건물에 이사온 뒤 극도로 안전과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혀 집의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는 그의 강박적인 모습에 집중한다. 특히 노숙자들로 대변되는‘ 외부 세력’이 천천히,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