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
고독20년 가까이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온 주디는 남편의 간호를 받으며 그럭저럭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스튜어트 호수 연안의 외딴 별장에서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주디의 일상은 난관에 봉착한다. 한편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유전에 취직해 일하고 있던 십 대 아들 제이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약한 모습을 드러낼 여유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진짜 어른이...
아시아 영화의 창
고요한 안개운하가 통과하는 중국 남쪽의 한 마을에서 여성들이 강간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마을이 발칵 뒤집혀야 할 것 같은데 조용하다. 대신 주민들은 쑥덕쑥덕 귓속말로 떠들어댄다. 어떤 모리배 같은 남자는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피해 여성의 부모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 마을에는 전조처럼 안개가 자욱이 쌓인다‘. 안개’는 이 영화를 파악하는 열쇠다. <고요한 안개> 영화 제목대로 사건의 여파는 마을 전체에...
월드 시네마
고해한때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적 있는 기요르기 신부는 어느 작은 산간 마을에 새로 부임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 영화 상영회를 기획한다. 첫 상영작으로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를 선보인 직후, 마을 사람들은 음악 교사 릴리가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며 수군댄다. 관능적인 릴리를 만난 기요르기 신부는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에 사로잡히고, 종교적인 삶과 세속적인 삶 사이에서 방황하기 시...
플래시 포워드
골리앗여자친구인 제시가 임신하자, 책임질 자신 없는 다비드는 패닉상태가 된다. 기차에서 구타를 당한 뒤로 그는 강도 높은 운동과 스테로이드제에 빠져든다. 운동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그의 공격적인 행동은 제시와 태어날 아기에게 위협이 된다. <골리앗>의 주인공 다비드(성서에 나오는 다윗의 영어식 이름)는‘ 자기 여자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남자들의 압박감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플래시 포워드
공장에는 아무것도 없다포르투갈의 한 공장. 야음을 틈타 기계들이 반출되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까 노심초사한다. 노사 간 충돌이 일어나고 공장은 반쯤 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도 생겨난다. 이 영화는2008년 이래 현재까지도 많은 유럽인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하며, 실제 포르투갈의 엘리베이터 공장에서 벌어진 노사 갈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삭막한 공장 풍경과 노동을 정체성으로 삼는 인물들의 초상...
아시아 영화의 창
구름 너머<천국의 아이들>로 유명한 이란 출신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최근 인도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고, 얼마 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영화의 제작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에 매료된 감독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름 너머>는 인도 뭄바이 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아미르와 누나 타라가 맞닥뜨릴 파국을 따라가는 영화다. 거래를 하다 위험에 처한 동생 대신 감옥에 들...
와이드 앵글
국가에 대한 예의‘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영화는 이 말의 의미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영화는 민주주의 투쟁이 정점이었던 독재정권 시기, 시대의 세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인간 강기훈을 담는다. 1990년대 열사들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그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강기훈은 희생되고 박제되고 잊혀졌다. 영화는 유서대필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살아있는 인간 강기훈의 오늘을 따라간다. ...
한국영화의 오늘
군함도: 감독판‘군함도’라는 섬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참혹한 대우를 받으며 석탄을 캐던 곳. 류승완 감독은 이곳의 슬픈 역사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가 상상력을 발휘한 대목은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꼬리 칸의 지도자와 엔진 칸의 지도자가 서로 협력해서 기차가 굴러가게 만든 것처럼 군함도의 탄광에서도 한국인 조력자가 필수적이다. 영화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한국 근대...
월드 시네마
굿 매너스상파울루의 빈민가 출신의 클라라는 부유한 집 출신의 미혼모 아나의 유모 겸 가정부로 취직한다. 전문 유모가 아닌 클라라가 미심쩍었지만 아나는 점점 그녀에게 의존하게 되고 급기야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름달이 뜬 어느 날 클라라는 아나의 임신과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일에 앞서 아나의 아이가 태어난다. <굿 매너스>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서...
와이드 앵글
굿바이 마이 러브 NK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모스크바 영화학교로 유학을 떠나 망명한 8명의 이야기. 일명 모스크바 8진으로 불리는 이들의 힘겨운 망명 생활과 애환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두 층위로 탈북인, 고려인, 소비에트, 카자흐스탄인 등의 다중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 모스크바 8진의 디아스포라 삶과 카자흐스탄에서 남겨진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맥을 발견해낸다. 흐르는 공간과 함께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태어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