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책-종이-가위<책-종이-가위>는 일본 출판계의 존경받는 북 디자이너 기쿠치 노부유키의 작업 과정을 담은, 이른바 ‘장인 다큐’다. 75세의 기쿠치는 평생 온전히 수작업으로만 15,000권에 이르는 책 표지를 만들었다. 펜으로 그리고,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고, 때로는 종이를 구겼다 펴는 그의 수공업 방식의 작업은 오늘날 종이책의 운명과 닮아 있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수공업적인 노동과 종이책. 히...
오픈 시네마
초미의 관심사엄마(조민수)가 온다. 한눈에 척 봐도 이 엄마는 성격만 급했지 얼렁뚱땅 허당이다. 엄마를 맞이하는 딸(치타)은 촉망받는 뮤지션인데 역시나 한 성격 한다. 둘은 안 닮아도 너무 안 닮았다. 이 상극의 모녀가 만난 건 어린 막내딸 혹은 여동생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이 아니라 웃음으로 도배된다. 마침내 이 모녀의 떠들썩하고도 유쾌한 코믹 모험담이 시작된다. 실력파 배우 조민수와 독창적인...
한국영화회고전
최후의 증인 “구악을 일소하고 새 질서를 확립하려는 1980년, 이 시대에 어제의 진실이 무엇이고 가짜가 무엇이라는 것을 한 수사관의 집념적인 인간 보호를 통해 가식 없이 토로하고 싶었다. 얘기도 어두운 얘기. 화면도 어둡다. 80년대엔 이러한 어둠이 사라졌으면 한다.”
<최후의 증인>(1980)의 서두, 감독의 전언이다. 그 집념의 인물은 형사 오병호(하명중). 살인 사건을 파헤치던 그는 누명 쓴 황바우(최불암...
플래시 포워드
카튜란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남자 카튜란은 죽음에 대한 준비에 들어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손자가 자신이 죽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지 대비하는 것이다. 카튜란은 이웃 여인들에게 손자를 부탁해보지만 그들 역시 각자 사정이 있어 아이를 맡지 못한다. 그는 마을 고아원을 찾아가보고 시설을 둘러보는데 역시나 마땅치 않다. 손자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카튜란은 살아 있는 동안 장례 미사를 치르고 싶어한다. 자...
아시아 영화의 창
칸도 이야기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지경인 네팔 북부의 고산지대. 칸도는 산에서 일을 하던 중 마주친 티베트 군인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변화무쌍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궂은 날씨처럼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다. 남편은 집을 떠난 지 오래돼서 생사조차 알 수 없고, 남동생은 집과 땅을 팔아먹고, 여동생이 보석까지 모두 처분해버린다. 가장 큰 희망이어야 할 존재인 일곱 살 아들은 난봉꾼이 되어 학교 수...
갈라 프레젠테이션
커밍 홈 어게인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커밍 홈 어게인>은 <뉴요커> 잡지에 게재된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에 기초한 내밀한 가족 드라마이다. 한국계 미국인 1세대인 이창래는 가족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병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그는 아들의 역할을 다하고 싶지만, 어머니에 대한 상충된 감정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재미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표현한 <커밍 홈 어게인>은 젊은 ...
와이드 앵글
컴 앤 씨기괴할 정도로 큰 규모에 우주선을 닮은 금빛 타원형의 불교 사원 ‘담마카야’는 태국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절로 유명하다. 수백만에 이르는 신도를 거느린 태국 불교의 아이콘이자 전 세계 불자들에겐 성지순례지로 꼽히는 곳이지만 동시에 수상한 돈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2016년, 돈세탁과 장물 취득 혐의로 담마카야의 큰스님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법을 집행하려는 군부 정권과 신도들을 앞세운 전능한...
와이드 앵글
케 세아 레이!아르헨티나에서는 매주 한 명의 여성이 불법 낙태로 사망한다. 2018년 합법적이고 안전한 무료 임신 중단을 지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이 법안은 아르헨티나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케 세아 레이!>는 현재진행형인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 투쟁을 담은 전투적인 다큐멘터리다. 후안 솔라나스 감독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간의 충돌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취하려는 최소한의 시도도 없이 ...
와이드 앵글
케이브다큐멘터리 <알레포의 마지막 남자>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페라스 파야드가 시리아의 참상을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에 초점을 맞춘 대상은 목숨을 걸고 시리아에서 부상당한 자들을 돌보는 여성 의사 아마니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리아엔 폭격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총을 겨누는 전쟁과 달리 폭탄은 도시 곳곳에 무작위로 떨어지고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 사상자가 부지기수로 ...
와이드 앵글
코한나는 다친 코를 가린 채 잠적한 남자친구 현수를 찾아다닌다. 사라진 현수, 내내 무례한 과외 학생 재우와 재우의 엄마, 그리고 달갑지 않은 손님인 현수의 엄마 민옥까지, 이들과 관계하는 며칠 동안 한나의 내면에는 어떤 파장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