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화의 창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인도 남부의 작은 마을, 갓 결혼한 커플이 오토바이를 타고 사원에 가는 길이다. 갑자기 월경을 시작한 신부를 위해 생리대로 쓸 천을 구하러 간 신랑이 돌아오지 않는다. 신랑을 찾아 근처 오두막에 들어갔다가, 신부는 천민 부족의 여신 ‘마다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년을 만난다. ‘불가시천민’이라 불리는 가족의 이야기였다. ‘불가촉천민’보다 낮은 계급으로 카스트 중에서도 ‘아웃 카스트’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허용...
월드 시네마
이름들로 만든 노래팀 로스와 클라이브 오웬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개의 대륙과 반세기의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감성적인 추리물이다. <이름들로 만든 노래>는 아무 말 없이 사라져 버린 어린 시절 단짝을 찾아다니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폴란드의 바이올린 신동이던 그 남자의 친구는 홀로코스트 때 부모를 잃고, 수십 년 전 자신의 첫 공연 직전에 사라져 버렸다.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고 감성적인 영화 음악이 전쟁의 공포와 역...
아시아 영화의 창
인생의 곡예자신이 직접 선지자를 찬양하는 찬양시를 쓰고 작곡해 음반까지 제작한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하트는 병상에 누운 아내를 살뜰히 돌보며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존경 받는 노년의 남성이다. 라하트에게는 길티 플레저가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펀잡 영화 속 여성 댄서의 춤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 갔던 라하트는 친구들 앞에서 무심코 본인이 즐기는 여성 댄서의 섹시한 춤을 선보이고, 그...
한국영화의 오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수십 년간 미군기지의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노년의 박인순 씨가 잠자리에서 문득 깨어 허공에 시선을 던진다. 그러면 잠시 장면이 바뀌면서 저 건너편 계곡에 서 있는 저승 사자의 모습이 보인다. 박인순 씨를 데리러 온 모양이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감상에 안내판이 되어 준다. 한쪽에는 생의 엄연한 지속과 기록이 있고 또 한쪽에는 그 생에 덧붙여지는 환상적인 허구가 있다. 이것이 다큐와 픽션을 혼합한 <임신한 나무...
아시아 영화의 창
자매 관계도쿄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니시하라 다카시 감독은 일관된 페미니즘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삶의 편린들을 포착하여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결합한 방식으로 전체 영화를 구성했다. 그의 대상들은 나쁜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 누드모델, 음악가 등이다. 그들의 삶의 조각은 이시하라 감독의 개인적 논제, 즉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잘 결합해...
아시아 영화의 창
자전거 도둑가난한 시골 마을에 살고있는 한 할아버지가 우연히 길에서 돈 가방을 발견한다. 그는 곧 돈 가방의 주인을 찾아 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 주인을 잘못 찾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는 주인을 잘못 찾은 준 돈 가방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돈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 선한 마음으로 타인을 도우려던 할아버지의 행동이...
와이드 앵글
작은 영혼시리아 난민 아이들의 비참하고도 아름다운 생존을 그린 영화. 2012년 시리아에서 탈출한 9살 소녀 마르와와 그녀의 가족들은 요르단 난민 캠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마르와와 어린 동생들은 천막이 무너지고 매트리스가 젖어도 뛰고 웃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여느 아이들처럼 놀이에 몰두하고,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로 가는 것’을 꿈꾸는 아이들. 하지만 1,2주 정도의 임시 거처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4년 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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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브뤼노 뒤몽 감독의 <잔 다르크>는 프랑스 역사의 신화 중 하나를 아주 현대적인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2017)에 이어, 감독은 샤를 페기의 희곡 후반부를 각색해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에 점령당한 파리를 되찾으려던 잔은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고 결국 루앙에서 화형을 당한다.
드레이어, 브레송, 그리고...
와이드 앵글
잘 지내니, 주희야취업준비생 경우는 어느 순간부터 헤어진 연인 주희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주희를 만나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주희는 행방이 묘연하다. 주희는 잘 지낼까?
아시아 영화의 창
잘리카투’잘리카투’는 인도 타밀 지역에서 기원전부터 행해졌던 제의 혹은 놀이의 일종으로, 황소의 등 위에 누가 오래 매달려 있는지를 겨루는 경기를 일컫는 명칭이다. 영화 <잘리카투>는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의 푸줏간에서 버팔로 한 마리가 도망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를 잡기 위해 온 마을의 남자들이 덤벼들기 시작하고 이웃 마을의 남자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과 폭력과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