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체코의 블라티슬라바. 평화로운 마을의 초등학교에 여교사 마리아가 부임한다. 첫날 수업에서 학생들 부모의 직업부터 파악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고 오래지 않아 그녀의 속내가 드러난다. 모스크바 중앙당과의 깊은 관계를 무기로 삼아, 마리아는 집안 보수와 음식, 심지어 가사까지 학부모를 동원하는 ‘착취의 여왕’이었던 것. 무료봉사(!)를 거부하는 부모의 학생에게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급기야 마리아의 왕따를 못 견디고 한 소녀가 자살을 시도하고 분노한 학부모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얀 흐르베이크의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는 부패한 현실공산주의 체제의 폭압을 비꼬는 블랙 코미디다. 물건과 노동을 넘어 심지어 로맨스까지 착취를 통해 얻으려는 마리아의 모습은 구소련 체제의 부패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미쳤음을 꼬집는다. 불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 작은 전쟁은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후에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음을 돌아보는 동유럽 근현대사에 대한 씁쓸한 우화 같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