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남편의 학대를 피해 아들 발레리오와 함께 오랜 친구인 카를라의 집으로 도망간다. 연극배우인 화통하고 개방적인 카를라는 부자는 아니지만 곤경에 처한 이들 모자에게 기꺼이 방을 내어준다. 안나와 발레리오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카를라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인 이웃 마티유가 이들에게 또 다른 삶을 시작할 용기를 준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배우 마르게리타 부이와 발레리아 골리노의 연기가 빛나는 이 영화는 가정 폭력을 소재로 한다. 남편의 구타로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여자들의 케이스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부재하거나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가능한 삶>은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방점은 충격적인 첫 장면을 제외하면 폭력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에 두어진다. 모든 게 불가능할 듯한 상황에서 ‘가능한 삶’을 찾기 위해 새로이 마음을 다잡는 모자와 그들을 옆에서 지지하는 이들의 따뜻함이 보다 강조되는 작품으로, <우리의 아이들>로 부산을 찾았던 이바노 데 마테오의 신작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