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는 희귀 조류를 찾아 트레킹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다행히 중국인 순례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어둡고 음산한 숲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오른다. 이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영감을 얻고 아마도 깨우침까지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포르투갈의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창의적으로 변용된 신화의 틀 속에 신앙, 각성, 사랑, 동성애 등 인간사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녹여낸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새를 관찰하던 한 조류학자가 ‘마법의 숲’에서 길을 잃은 후 각종 장애물을 거쳐 마침내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영웅의 모험과 닮았다. 엉뚱한 인간들을 만나고 황당한 사건들을 겪는 주인공 페르난도는 서서히 ‘안토니오’가 되어간다. 이런 변모의 과정에 주앙 페드로 로드리그쉬 감독 자신이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그의 출현으로 영화는 더욱 충만한 의미와 상징성을 띠게 된다. 세계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포르투갈 작가 로드리그쉬의 다섯 번째 극영화 장편으로,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빛난다. 참고로 성 안토니오는 포르투갈의 가장 사랑받는 성인 중 한 명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