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공산주의 블록이 무너진 이듬해 1990년의 폴란드. 변화와 자유의 물결이 찾아왔지만 모든 이들에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시절, 네 명의 여자들이 있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는 그녀들 속내에 자리 잡은 불행의 이유는 단 하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아가타는 넌덜머리 나는 남편을 뒤로 한 채 신부를 사랑하고 교사 레나타는 이웃인 미인대회 출신 마르쩨나에게 집착한다. 한편 마르쩨나의 언니인 교장 이짜는 학부형인 의사와 6년째 연애 중이지만 마음이 식은 애인 때문에 노심초사다. 전작 <부유하는 마천루들>에 이어 <사랑에 빠진 여자>에서 토마쉬 바실레프스키는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관찰한다.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상태들은 레나타를 매개로 연결되어 건조하기 짝이 없는 차가운 도시의 풍광 위에 벌거벗겨진다. 무관심한 듯 거리 둔 카메라에 포착된 그녀들의 현실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지만, 사실 그야말로 우리가 모르고 있는 (혹은 알기를 거부하는) 사랑의 진실이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