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점 지하실에 사는 배달원 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헝가리인 아버지를 둔 혼혈아다. 언제나 자신의 부모는 죽었다고 말하는 벤은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 있다. 그러던 어는 날 벤은 우연히 한국인 갱단의 살아있는 전설 JD를 만나게 되고 결국 조직원의 일원이 된다. ′백인 같은′외모를 갖고도 자신은 한국이라 말하는 벤의 정체성은 JD에 대한 경외감과 맞닿아 있다. 마치 서로의 존재에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듯한 벤과 JD의 대칭적인 삶의 구도는 JD의 잠적으로 그 접점을 상실 하는 듯 보이지만 그들이 맞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은 이 둘의 삶이 한국이라는 실체의 서로 다른 양면임을 드러낸다.
[컷 런스 딥]은 갱영화라는 외피를 입고 미국의 주류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인, 넓게는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매번 불평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정크푸드나 동성애자, 섹스라인의 못생긴 동양여자들을 철저히 재현하면서도 그들의 획일적 사고를 조소한다. 재미교포 이재한은 소수민족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에 대한 치기어린 토로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설익은 웅변 같은 직접화법 대신 차갑고 냉소적인 간접화법을 택한다. 그는 미국 사회 속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호흡한다는 것은 마치 날카로운 작두 위를 맨발로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다. [컷 런스 딥]이 섣불리 한국적임을 과장하지 않는 이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