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언제나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온 이단아 장선우. 그가 또 한 번 금기의 선을 넘어섰다. 중년의조각과 J와 여고생 Y의 사도-마조히즘적인 섹스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거짓말]은 한국사회의 성모랄에 충격을 주며 등급보류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상영이 금지된 이 영화의 첫장면에서 J를 연기했던 배우 이상현은 영화가 한국이라는 사회의 씻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들에게 [거짓말] 속에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석연찮음을 남긴다. Y는 절친한 친구 우리를 통해 J의 존재를 알게 된다. 38살의 조각가 J와 여고생 Y의 피가학적 성관계 , 그 기저의 Y와 우리의 동성애적 우정은 일반적인 성적 금기들을 전적으로 해체한다. J와 Y가 안동이라는 유교의 태동지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고 이들이 전국의 여관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설정도 한국사회의 성모랄에 반기를 드는 영화의 전복적인 힘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거짓말>은 이런 저항적인 아우라를 의사다큐적인 스타일을 통해 현실에까지 확장한다. Y를 연기한 여배우와의 인터뷰나 실제 촬영장면을 영화의 곳곳에 심어두면서 감독은 현실을 하나의 치말한 거짓말로 치환하고 있다. J와 Y의 피가학적 섹스로 포장된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만 스스로가 허구임ㅇㄹ 드러내는 투명한 형식을 택하고 있는 <거짓말>은 섹스라는 문화적 코드를 탈 신비화하는 ′장선우식 가벼움′으로 관객의 경계짓기를 조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