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는 일상의 순간이 핏빛으로 변하는 잔혹 드라마다. 여기에는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이 있다. 큰 사건은 산중에서 송어를 양식하며 사는 친구 창현을 찾아간 민수 일행이 산골 소년을 죽음에 몰아넣으며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소년의 죽음 앞에 책임을 회피하며, 황급히 산길을 내려온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되어, 죽을 뻔한 태주가 일행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발목을 잡힌 민수 일행은 태주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지경에 도달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곳곳에 깔린 치정에 얽힌 일상들이다.
민수의 처 정화와 창현의 과거가 살풋이 지나가고, 그 위로 정화의 여동생과 창현의 정사가 싹트면서 이들 사이에는 미묘한 삼각관계가 피어난다. 또한 산골에 거주하는 엽사들은 빈번히 민수 일행을 괴롭히며 폭력성을 드러낸다. 엽사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으로 그들에게 말을 건네지만, 이질적인 집단의 말 건넴 자체가 다른 집단에게는 크나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결국 <송어>는 폭력에 관한 성찰이다. 그것은 『파리대왕』식의 야만화 과정이 아니라 문명이 하잘것없음을 깨우치는데 일조하는 것이며, 외부의 충격에 놀라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송어의 떼죽음은 문명에 갇힌 나약한 인간 모습 그대로다. 인간의 일그러진 초상을 끄집어내는 박종원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우리를 발가 벗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