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보름달 아래 달맞이 축제가 한창이다. 달집을 태우며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불꽃을 바라본다. 영화의 전환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눈에 이슬이,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인다. 따뜻한 영화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영화이다. 큰 사건이 연속되지 않는데도 잔잔한 웃음과 긴장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정지혜 감독은 첫 장편 작품인 <정순>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새로운 에너지를 찾던 중 이웃의 비슷한 구성을 가진 가족의 경험을 근거로 했다고 한다. 달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바뀌지만 본래의 모습은 보름달 하나인 것에서 제목을 정했고 그래서 중요한 장면에 보름달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과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그들의 실제 인생을 보여 준다고 할 정도로 열연이고 감독이 캐스팅을 잘했다. 모든 배우들이 자기가 맡은 배역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같이 잘 연기하였다. 하늘에서 본 앵글로 이웃한 혜미와 은우의 집을 보여 주는데 정확히 대칭이 되는 모양의 구조를 보여 준다. 촬영지를 선택할 때도 영화 서사의 맥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약간은 요란스러워 보이는 집안의 소품들도 영화의 주제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잘 배치되었다.
영화는 절친한 사이인 세 명의 중3 여학생들의 댄스 이야기로 시작된다. 댄스에 진심인 혜미는 지효, 유정과 절친한 사이로 모두 같이 다가오는 달맞이 축제에 댄스경연을 준비 중이다. 서로 댄스 팀의 센터를 차지하려고 귀여운 눈치 싸움중이다. 혜미는 비밀스러운 부모님들의 존재를 절친들에게서 감추려 한다. 경연 당일 몸에 맞지 않는 댄스 의상으로 사고가 생기고 혜미는 댄스를 망치고 만다. 계속되는 경연에서 절친들과 서로 맘이 상해 팀을 이탈한 혜미는 혼자 시름에 잠기고 축제의 꽃인 달집태우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혜미는 두 절친과 멀어지고 이웃에 이사 온 은우와 가까워진다. 학교 과외활동을 같이 하게 된 은우는 혜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내향적이다. 혜미와 은우는 청소년기에 맞는 활기와 고뇌를 그들의 언어로 잘 보여 준다. 중3인 혜미가 마치 부모의 보호자로 행동하는 것이 당돌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특히 아빠와 같이 누워서 알로에 팩을 즐기는 신은 혜미가 부모들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을 잘 보여 준다.
독특한 캐릭터들을 보여 주는 등장인물들은 마치 달이 여러 모습을 보여 주듯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삶의 고난을 이겨 낸다. 청소년의 분위기를 살리는 노래들이 서사의 중간에 배치되고 슬로우 모션의 활용도 적절히 사용되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끈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로 절친들과의 사이는 멀어지지만 결국은 다시 회복된다. 우여곡절 끝에 아빠인 형준이 방송촬영에 참가하고 형준과 인숙의 인상적인 인터뷰로 영화는 끝난다.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와도 사랑으로 가득한 관계는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인터뷰의 마지막 혜미 아빠 형준의 대사는 유쾌하다. 엔딩 크레디트의 독특한 글자체로 된 자막과 밝은 음악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행복한 기분을 유지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