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김미영 감독의 영화 <모종의 탐정>은 작가인 주인공 해주(이유하 분)가 자신의 작업실을 나와서 자신의 과거와 연관 있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그 장소와 얽힌 인물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와 모종의 화해를 하는 이야기다. 영화 <모종의 탐정>은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섹션에 초청된 영화 <절해고도>에 이어 김미영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 제목의 모종(某種)은 ‘어떠한 종류’를 의미한다.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을 준비하는 주인공 해주는 마치 본인이 일종의 탐정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해주는 처음에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를 만나, 대낮부터 전 시어머니의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돈에 관한 오해를 풀고 취한다. 그리고 알던 오빠의 당구장에서 잠이 들고, 깨어나 전남편 태재(박종환 분)를 만나 그들이 이혼한 이유에 대한 잘못된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해주가 가는 장소 중 가장 재미있는 곳은 ‘종이(최희진 분)’가 농부로 일하는 농장이다. 해주는 현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농장을 방문하고, 뜻밖에 남자 친구의 전 여자친구인 사람이 남자 친구의 아들인 율(유명조 분)을 차에 태워 농장에 도착한다.
이 기묘한 네 사람의 만남은 의외의 소소하지만,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같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농장에 없는 재료를 사러가고, 농장에서 필요한 채소를 뽑는다. 해주는 처음 만난 종이와 요리를 같이 하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정작 그 시간 속에 만나기로 한 남자 친구는 없다. 네 명이 모두 남자 친구와 연관된 인물이지만, 남자 친구는 농장에 오질 않고 이 영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모종의 탐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은 네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를 마셔서 집에 돌아갈 때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고, 차 안에 대리기사로 온 사람까지 총 다섯 명이 대화를 나눈 장면이다. 그 대리기사는 알고 보니, 해주의 전남편 태재와 같은 극단에 있었던 연극배우였고, 해주를 알아보았다.
이 씬 속에서 김미영 감독은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존경’을 보인다. 줄곧 흑백필름으로 촬영된 영화 <모종의 탐정>이 차 안에 탄 사람들이 연극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과 연극 <삼일로창고극장 봉헌예배>을 이야기할 때, 실제 연극 장면이 컬러 필름으로 보여진다. 종이의 "연극은 영화보다도 즉각적이고 전위적인 감각을 일으킨다"의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김미영 감독은 영화 <모종의 탐정>의 가이드가 된 글귀를 ACF 감독 노트에 밝힌 적이 있다. 그 글의 일부는 “과거와 화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과거는 현재로부터 멀리 떨어진 미래와 같다.”이다. 그렇듯 김미영 감독은 영화 <모종의 탐정>을 통해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했고, 영원히 과거 안에 머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