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풀문> :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

By 권보아

  아무도 없다던 혜미의 집,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웅성대고, 혜미는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 좌불안석이다. 소음이 멈추지 않자 얼마 전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말까지 꺼내며 둘러댄다. 결국 친구들이 그 안을 보지 못할 정도로만 방문을 열고 그 소리의 원인에게 조용히 하라고 야단친다. 고양이의 정체가 화면에 드러나는 순간, 정지혜 감독의 <풀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중학교 댄스부가 춤추는 오프닝을 보며 발랄한 청춘물로 예상했던 영화에 ‘지적 장애인’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는다. 가벼웠던 마음이 가라앉고 진중해짐과 동시에 온갖 근심이 시작된다. 혜미가 숨기려는 고양이는 언제 밖으로 튀어나올까, 난동을 부려 혜미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까, 혜미는 그들의 보호자 역할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해맑은 아이에게 다가올 그 순간은 얼마나 가슴 아플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게 된다.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건 혜미가 놓인 환경에 관한 게 아니라, 겪게 되는 여러 상황 속 혜미의 얼굴이다. 댄스 무대의 센터에 자리 잡고는 기쁜 마음으로 환하게 웃는 얼굴. 친구네 가족들과 다 같이 밥을 먹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이질감과 부끄러움.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 버럭버럭 소리치고 다니다가도 엄마 품에서는 영락없는 아기가 된 듯 지어 보이는 순수한 미소. 화면에 가득 찬 얼굴과 그 속의 움직임을 볼 때 느껴지는 것은 그저 ‘힘들겠다’, ‘안타깝다’처럼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감상이 아니다. 극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대신 섬세한 표정 연기로 일상 속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하며 혜미는 단순한 연민의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섣부른 동정은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려는 의도 또한 없기 때문이다.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혜미의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하던 친구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혜미의 손에 기어코 스테이크를 쥐여 준다. 내미는 가방을 잠시 바라보고만 있는 혜미의 모습에 속상해지다가도, 그 스테이크를 몽땅 먹어 치우고 만족스러운 듯 히죽거리는 혜미 부모님의 얼굴에 덩달아 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풀문>은 얼굴에서 얼굴로 이어지는 영화다. 지적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나오지만, 이를 주제나 소재로 삼아 다루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장애라는 조건을 모른 척하거나 지워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매력이자 개성으로 담아낸다. 그 속에서 혜미는 장애인 부모의 자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다채로운 얼굴로 마치 가득 찬 풀문처럼 화면을 온전히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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