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빵과 책> : 악지 마을과 솔란, 그 사이를 품어 안는 카메라

By 김현구

 <빵과 책>(마지드 마지디, 2026)은 사막과 바다의 풍경을 조감하는 시점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솔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영화의 시점은 결국 그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를 조감할 수밖에 없다. <빵과 책>은 개인의 선택을 통해 인물이 속한 사회 전체의 한계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물을 따라가는 이 영화가 바라보는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또 영화 속 세계를 조감하는 카메라의 시점은 악지 마을과 솔란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악지 마을의 임시직 교사 솔란은 어머니와 함께 살 아파트에 입주하길 원한다. 아파트 입주를 위해서는 은행 대출금이 필요하고,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그는 정규직 교사로 발령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근무하는 악지 마을의 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해있다. 학교를 지원하던 독지가의 부고로 인해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급식이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없다. 솔란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며 폐교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솔란은 석유 밀수꾼이 되는 선택을 한다.

솔란이 석유 밀수에 뛰어드는 것은, 학교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한다. 정규직 교사가 되어야만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솔란은 교육적 사명감 또는 선행을 실천하기 위해 석유 밀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에 입주하여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석유 밀수꾼이 된다. 이와 같은 솔란의 소망과 선택을 거룩하고 선한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의 소망을 악행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솔란은 단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가졌을 뿐이다.

<빵과 책>의 갈등은 솔란이 평범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가 살고 있는 악지 마을은 평범한 소망조차 쉽게 이룰 수 없는 곳이다. 아파트 입주라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석유 밀수라는 불법 행위와 옆 마을 노인의 죽음을 기다리는 극단적 행위를 해야 한다. 아파트 입주는 쉽게 이룰 수 없는 소망이기도 하지만, 불법적이고 극단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가 석유 밀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악지 마을이라는 사회에 이것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란의 석유 밀수를 개인의 악행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빵과 책>이 고발하는 것은, 평범한 소망을 가진 개인을 극단적인 상황에 빠뜨리는 사회의 모습이다.

<빵과 책>은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아닌 사회 체제의 모순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악지 마을 근처 사막과 바다를 조감하는 첫 장면의 카메라 시점은 탁월하다. 솔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마을 속에 서 있는 그를 비추는 카메라의 거리감 역시 적절하다. 경찰 간부 앞에서 사회의 더 큰 비리를 언급하며 울먹이는 솔란의 모습도, 사회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빵과 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의문이 남는다. 악지 마을을 조감하던 카메라는 왜 갑자기 땅으로 내려와 솔란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는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인물의 비극이 극으로 치닫는 장면에서, 영화는 솔란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하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카메라의 시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악지 마을과 솔란을 대하는 <빵과 책>의 자세를 통해 카메라 시점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악지 마을이라는 안전망이 사라진 사회에 솔란과 그의 어린 학생들을 남겨두지 못하는 영화의 마음과 솔란의 불행을 그의 얼굴에 담아놓은 채로 차마 영화를 끝맺지 못하는 감독의 마음이 <빵과 책>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 솔란이 옆 마을 노인과 함께 농작물을 수확한다. <빵과 책>에 담긴 유일한 수확 장면이다. 농작물 수확을 통해 악지 마을은 이제 자생 능력을 지닌 사회가 된다. 솔란의 곁에는 옆 마을 노인이 함께한다. 노인은 솔란의 죄의식이기도 하지만, 노인이 있기에 그는 속죄하며 살아갈 수 있다. 악지 마을을 조감하던 <빵과 책>의 카메라는 땅으로 내려와 솔란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카메라는 시점의 이동을 통해 악지 마을과 솔란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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