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OTT의 등장 이후 극장가를 향하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현실적인 지표들이 줄어든 발걸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도 강원도의 오래된 극장의 철거로 시작한다. 그 일과 비슷한 시점에서, 주인공 도경(기도영)은 영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친구 현진의 부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상실 그 뒤의 이야기를 어떻게 조명할까.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 속 상실은 공간, 사람, 영화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극장의 철거, 도경이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친구 현진의 죽음, 현진이 출품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영화.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영화를 이루는 것들이 유실되는 과정을 층층이 쌓아나간다. 더불어 영화는 사라진 것들을 못내 놓지 못하고 집요하게 쫓는 도경의 행적을 더해, 그 유실의 과정을 샅샅이 살펴보게 만든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익숙한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의 화면비를 채택했다. 제한된 시야로 갑갑함을 느낄 때쯤, 관객은 도경의 의지를 빌려 주위를 둘러볼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화는 카메라를 천천히 수평으로 이동하는 패닝을 자주 사용한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박스에 대강 담긴 독립영화 작품들이나 과거 사용되었던 영화 관련 집기들이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채 '아카이빙'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된 모습은 빛을 보지 못한 영화계의 이면을 담은 듯하다. 과거 누군가가 열정을 쏟았지만, 빛바랜 과거가 되어 찾는 이들이 없으면 존재마저 흐릿해진다.
그 빛바랜 과거를 흐려지게 두지 않으려는 듯,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의도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질이 낮은 캠코더 영상은 관객이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섰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과거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 모습은 그때를 추억하는 도경의 현재로 이어진다. 도경은 옛날에 사용하던 캠코더로 틈틈이 일상을 찍는다. 누군가 만들어낸 수많은 열정의 산물에 소복이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것을 보았음에도, 그녀는 지속적으로 일상을 기록한다. 대학 후배와 교정의 모습, 오랜 친구와 그의 딸, 화분에 물을 주는 어머니 등. 도경은 훑고 지나간 상실의 역사 끝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이로서 영화적인 방식을 통해 존중하고 기억하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영화 <극장에 두고온 것들>은 극장, 영화, 영화인과 같이 영화를 이루는 것들이 유실되는 과정을 탐색한다. 영화는 그 유실의 과정을 좇는 인물로 영화평론가 도경을 내세워 사라진 것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실된 영화를 찾아내도 죽은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사라진 극장을 아쉬움 하나로 다시 열 수는 없다. 다만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행위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