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내 친구로 남아줄래?>는 어촌 소년 준과 도시 소년 제스퍼의 비밀 우정을 담고 있다. 제스퍼의 부모는 태양광 발전소 일을 위해 대만 어촌 마을로 이사한다. 평화롭던 마을은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충돌로 소란스러워진다. 어른 사회의 갈등은 아이들에까지 전달되고, 아이들 역시 이익과 감정의 갈등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준과 제스퍼는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비밀 우정을 쌓아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비밀이 어둠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끝없는 태양광 패널이 늘어선 마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대조적으로 어둠에서 진행된다.
영화는 한낮에 거대한 피아노가 옮겨지며 시작한다. 제스퍼의 아버지는 볕이 가장 잘 드는 집의 정중앙에 대형 클래식 피아노를 놓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피아노는 연주되지 않는다. 제스퍼의 2층 방에는 소형 디지털 피아노가 있다. 영화 안에서 연주되는 것은 이 가짜 피아노와 피아노 모형, 그리고 제스퍼가 준에게 그려준 두 칸짜리 피아노 그림이다. 그리고 피아노가 연주되는 곳은 커튼을 닫은 방과 한밤의 아지트다.
물 위에 지어진 다 허물어진 작은 건물은 두 소년의 아지트다. 밤이 되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아지트에서 몰래 만나는 두 사람.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는 준에게 제스퍼는 모형 피아노를 연주해 주고, 피아노 연습을 위한 그림을 그려준다. 아지트는 유일하게 두 사람이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부모의 요구에 맞게 어른스럽게 굴던 제스퍼는 준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준은 그의 상처에 온전히 공감해 준다. 낮이 되면 아지트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흔들린다. 소년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제스퍼가 숨기던 또 다른 비밀이 밝혀진다. 제스퍼가 준에게 묻는다. "우리 계속 친구야?"
농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밤에 제스퍼를 농구장으로 부른 준. 한밤중의 농구장에는 두 소년만 있다. 골 넣는 모습을 찍어놓으라며 준은 제스퍼에게 영상 촬영을 시킨다. 조명 없는 농구장, 준의 모습이 영상에 담기지 않자, 준이 제스퍼에게 말한다. "플래시를 켜야지!" 또 다른 밤, 아이들을 피해 유리창 깨진 건물에 숨은 준과 제스퍼. 제스퍼의 휴대폰 플래시가 켜지며 아이들에게 위치를 들킬 뻔한다. "지금 플래시를 왜 켜냐?" 준이 놀라 묻자, 제스퍼가 말한다. "카메라가 켜졌어."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외부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보여준다. 태양광 발전소를 두고 다투는 어른들과 비밀을 지키기 위해 빛으로부터 숨는 아이들, 이중으로 쌓은 갈등의 구조가 잘 드러난다.
영화의 마지막, 타이페이로 떠나는 준이 태양광 패널 옆을 지나간다. 하늘이 뻥 뚫린 대지에 빽빽이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낮의 햇빛을 모두 흡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패널 아래는 흡수된 빛의 흔적도 없이 어둡다. 곧 준이 탄 자동차의 창문 너머로 둘만의 아지트가 보이고, 그 앞에 서 있는 제스퍼가 보인다. 준은 마을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낮의 제스퍼를 마주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