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피오르> : 원칙주의자들의 전쟁

By 임혜정

 <피오르>는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이전 작품 <알.엠.엔.>(R.M.N.)의 심화버전이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법과 제도이고,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치이므로 그의 영화는 ‘정치적’이다. 노르웨이 피오르의 풍경 위로 찬송가 연주가 느리게 흐르며 영화는 시작된다. 루마니아인 남편 미하이 게오르기우와 노르웨이인 아내 리스벳은 다섯 아이를 데리고 루마니아에서 노르웨이로 이민을 온다. 작은 마을에서 옆집의 가족과 친밀하게 지내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데, 두 가정의 문화적인 차이는 미하이의 가족이 기도와 성경공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딸 엘리아의 몸에 멍이 있는 것을 발견한 학교 선생님의 의혹으로 시작된 사건은 다섯 아이를 모두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권보호국은 학대로부터의 보호라고 하는 일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빼앗기는 일이다. 

   

 <R.M.N.>에서 이웃의 이민자를 대하는 모습은 편견이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낯선 공포를 느끼는 주민들의 말싸움은 단편 영화 분량의 롱테이크로 촬영되어서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준다. <피오르>에서는 모든 씬이 하나의 쇼트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씬들은 통제되어 있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술적인 효과가 일어난다.  

 

 모든 일이 은폐되는 장소는 집 안이다. 그래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는 적극적으로 가정에 개입한다. <피오르>에서 두 가정의 대조적인 모습은 반복되어 보여진다. 엘리야의 친구 노라가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을 때 아빠는 왜 다쳤냐고 물었고 노라가 미끄러졌다고 하니 의심을 하지 않는다. 반면 미하이 아저씨는 너 자신을 해치지 말라며 얘기해준다. 노라는 휴대폰을 볼 시간에 성경을 찾아보게 된다. 법과 제도는 다양한 문화와 만나서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노라의 엄마도 긍정적인 부분은 인정을 하지만 계몽된 시민의 시선으로 시대착오적인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도 있다.

 

 정의의 여신상 디케는 천칭을 들고 있다.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에서는 죄의 무게를 상징하는 듯한 여신상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정치적 올바름을 신봉하는 사회와 이 보수적인 가족을 천칭의 양 끝으로 상정하고 2시간 26분 동안 추를 쌓아간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반복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변호사들을 보며 관객은 어느 편을 지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교육받은 환경과 그동안 내재 된 가치관이 몇 그램의 차이로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본인의 편향성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양쪽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소수자들의 평등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기준에 맞을 때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5그램, 종교탄압을 주장하는 가족에게 극보수 단체라고 몰아갈 때 5그램,...어떤 선택이 일어나던 날 밤은 30그램을 올려 놓는다. 이 영화는 토론의 교재로 사용하기에 좋은 모범적인 텍스트를 맞춤 제작해서 납품한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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