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피오르>는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이전 작품 <알.엠.엔.>(R.M.N.)
<R.M.N.>
모든 일이 은폐되는 장소는 집 안이다. 그래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는 적극적으로 가정에 개입한다. <피오르>에서 두 가정의 대조적인 모습은 반복되어 보여진다. 엘리야의 친구 노라가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을 때 아빠는 왜 다쳤냐고 물었고 노라가 미끄러졌다고 하니 의심을 하지 않는다. 반면 미하이 아저씨는 너 자신을 해치지 말라며 얘기해준다. 노라는 휴대폰을 볼 시간에 성경을 찾아보게 된다. 법과 제도는 다양한 문화와 만나서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노라의 엄마도 긍정적인 부분은 인정을 하지만 계몽된 시민의 시선으로 시대착오적인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도 있다.
정의의 여신상 디케는 천칭을 들고 있다.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에서는 죄의 무게를 상징하는 듯한 여신상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정치적 올바름을 신봉하는 사회와 이 보수적인 가족을 천칭의 양 끝으로 상정하고 2시간 26분 동안 추를 쌓아간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이 반복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변호사들을 보며 관객은 어느 편을 지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교육받은 환경과 그동안 내재 된 가치관이 몇 그램의 차이로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본인의 편향성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양쪽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소수자들의 평등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기준에 맞을 때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5그램, 종교탄압을 주장하는 가족에게 극보수 단체라고 몰아갈 때 5그램,...어떤 선택이 일어나던 날 밤은 30그램을 올려 놓는다. 이 영화는 토론의 교재로 사용하기에 좋은 모범적인 텍스트를 맞춤 제작해서 납품한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