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만하임-하이델베르그 국제영화제 초청작
춘희의 사랑: 결혼식 촬영이 주업인 그녀는 식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반듯한 보좌관 인공을 짝사랑한다.
철수의 사랑: 군바리인 그는 곧 다른 남자와 결혼 예정인 다혜의 맘을 돌리기 위해 휴가기간 동안 백방으로 애쓴다.
춘희와 철수의 사랑: 너무나 성격이 다른 두 남녀가 우연히 같은 집을 쓰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러한 공식은 스크류볼 코미디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할리우드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다소 수다의 톤이 낮은 은밀하게 전개되는 두 사람의 말다툼은 결국 사랑을 부르고, 그들은 시나리오를 함께 써나가면서 현실 속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말들을 풀어간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네 명의 인물이 얽히는 복잡한 사랑을 정리하기 위해 액자라는 형식을 빌어왔다는 것. 액자 속의 인공과 다혜의 사랑은 시나리오 속의 이야기이자, 이상화된 춘희와 철수의 모습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포개어짐은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마음 속의 액자를 만든다. 물론 그 액자에 담긴 말은 사랑의 언어이며, 액자는 덫이 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이정향이라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감독의 솜씨이며, 그녀의 아기자기한 화술은 많은 관객들을 매혹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