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녀 황진이는 한국에서는 매우 유명한 역사적 인물 중 하나이다. 그녀는 ‘춘향이’와 더불어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어 왔다.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준 것은 북한작가 홍석중의 소설이다. 의적으로 변신하는 놈이는 원작의 소설가가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로서 신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통상적인 황진이의 신화는 사대부를 희롱한 기녀로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하지만 부패한 관리를 벌하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놈이와의 사랑은 계급과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황진이는 천민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함께 꿈꾸는 여성으로 태어난다. 또한 [황진이]는 최근 한국영화의 주요한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 미술의 수준과 성과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