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80년대를 보낸 현우는 17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다. 현우에게 현재의 서울은 낯설기만 하다. 그는 과거 도피 중 자신을 숨겨 준 연인 윤희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은 한적한 시골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나 어두운 현실은 현우가 떠나도록 만들었다. 영화의 중반 이후는 감옥에 갇힌 현우를 기다리며 윤희가 서울에서 보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학생운동 조직을 도우며 미술 학원을 운영하는 윤희의 모습은 1980년대를 새롭게 조명하도록 만들어 주는 임상수 특유의 여성주의적 시선이다. [오래된 정원]은 기나긴 현우의 회상이 끝나고 그가 자신의 딸과 만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신세대를 대변하는 딸과 세월을 잊어버린 아빠의 해후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은유하는 대목이다. 영화의 긴 사연은 이 만남을 위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