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안화 감독의 특기는 사회파적 시선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멜로드라마 감성으로 테마를 밀어붙일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그런 허안화의 재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성애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동성애 공동체의 가능성을 낭만적으로 탐색하는 이 영화는 서로 사랑하는 여자 두 사람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녀들에게 아이를 갖게 한 두 남자와 그녀들 주변의 친구들까지 포함해 하나의 이상적인 공동체가 형성되고 그것이 가부장 사회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낙관적으로 유쾌하게 묻는다. 멜로드라마의 공식에 따라 사회적 장애와 내면적 고뇌가 경쾌하게 스케치되고 궁극에는 모든 것이 극복되는 스토리지만 뜻밖에도 경솔하거나 허위로 비춰지지 않는 진솔한 힘이 있다. 아마도 그건 등장인물의 타고난 낙관적 에너지를 가감 없이 응시하는 허안화 감독 자신의 튼튼한 비전 때문일 것이다. 다소 과잉된 음악 사용이 신경을 거스르지만 그밖에는 모든 것이 설득력 있다. 특히 홍콩의 도회적 풍경이 이처럼 세밀하게 내러티브에 녹아 든 영화도 드물 것이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