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불타버리고 황폐해진 도시에서 시민들은 자유를 잃고 고통과 슬픔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푸틴이 통치하는 러시아의 지지 속에 람잔이 대통령이 된 후, 체첸 시민들에게 삶이란 경찰의 압박, 제약적 관습들, 이슬람에 대한 강요, 근세사를 받아들이지 못한 실패로 점철돼있다. 전쟁 당시의 참혹한 실상을 담은 동영상들, 국제사회의 무관심에 직면한 시민들의 절망,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탄식, 완전히 뒤바뀐 도시의 풍경 등 일상의 곳곳에 스며든 충격적인 불합리와 망각의 위험을 네 명의 여성이 카메라로 담는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헤드라인의 급박한 리듬 속에서 어느덧 우리의 관심 밖이 되어버린 러시아-체첸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수작으로, 다큐멘터리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