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농장이 큰 손실을 보게 되면서 경제 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한편, 땅 주인은 임대를 종료하겠다고 위협한다. 어떻게든 농장을 지키고 싶은 그는 아들이 농장을 맡길 바라지만, 정작 아들의 관심은 딴 데에 있다. 위기의 상황이 점점 옥죄어오자 아그네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게 되는데…. <까마귀>는 외진 농장에서 절망에 빠진 가장에게 초점을 둠과 동시에 새와 사진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아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색채들이 자아내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젊은이들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엿보인다. 가업 승계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줄다리기는 시공을 초월한 주제이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하다. 황량한 벌판 속의 인간들을 담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세심한 구도의 장면 들이 돋보이는 얀스 아수르의 장편 데뷔작으로, 토마스 배너헤드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