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칸 군다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성장영화는 순수함을 허락하지 않는 환경의 굴레에 대해 고찰한다. 열네 살 소년 가자의 아버지는 난민들이 터키를 거쳐 유럽에 밀입국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돈을 번다. 문제는 이 잔인하고 냉혹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 짭짤한 사업을 계승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가자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꿈이 있다. 꿈이 있을 때는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를 수도 있고, 타인과 진실된 마음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순수함이 짓밟히는 것은 한순간이고 소년은 범죄와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장영화의 틀 속에서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인 시리아 난민문제의 숨겨진 일면을 드러내는 이 영화는 결국 어른들이 조장하는 끔찍한 인간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터키 중견 배우 오눌 사일락의 감독 데뷔작으로,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꿈과 일상이, 숨쉬기조차 힘든 어두운 창고 속 난민들의 절규와 대비를 이루며 가슴 속에 긴 여 운을 남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