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10만 여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멜로 영화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한 화제의 멜로물이다. 15년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는 첫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감흥을 선사한다. ′건축학개론′은 15년 전 건축학과였던 남자와, 음대생이었던 여자의 첫 만남이 이뤄졌던 수업이었던 것. 무엇보다 캐스팅 효과가적중했다. 개별적 매력도 매력이지만 한가인-엄태웅과 수지-이제훈 간의 화합작용이 적중했다. 특히 수지는 아저씨 부대 등에 의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가수에서 연기자로 재탄생했다. 영화는 철저하게 시대성·사회성을 배재한 채, 개인적 층위에만 머문다. 감독의 의도 여부를 떠나 그 개인성은, 집단성이 두드러졌던 1980년대와 달리 개인주의로 요약될 1990년대를 반영한다. 그 덕에 그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을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전람회의 히트곡 ‘기억의 습작’도 OST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흥행에 큰 몫을 했다. 이 감성적 러브 스토리의 영화사적 의의는, 1990년대를 복고의 대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일찍이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가 1980년대를 그렇게 했던 것처럼. 2000년대가 언제 그 대상으로 나설지는 시간문제일 듯.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