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부산의 조폭 세계를 주 무대로 펼쳐지는 ‘2012년의 범죄 드라마’다. 감독의 아버지 세대인 그 시대를 향한 복고적 시선 등으로 판단컨대, ‘범죄의 추억’이라 할 만하다. 감독의 야심은 무엇보다 ′한국판 대부′를 의도했으리라는 데서 드러난다. 영화는 적잖은 대목에서 세계 영화사의 그 걸작 범죄물 시리즈를 인용·차용한다. 때론 오마주써 때론 패러디로써. 그 인용들이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외려 예상치 못한 재미를 더하면서, 영화의 결들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2시간 10분여의 짧지 않은 플롯을 추동하는 솜씨도 일품이다. 마초적 남성 세계를 그리건만, 이런 유의 영화에 으레 나오기 마련인 성적 설정및 묘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으뜸 덕목은 하지만 출연진들의 실감 연기다. <왕의 남자> <완득이>같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개별 연기는 말할 것 없고 연기 앙상블이 이처럼 빼어난 경우와 조우하기란 쉽지 않다. 최민식, 하정우 두 톱스타는 물론 조진웅, 곽도원, 김성균 등 조연들도 빛을 발한다. 가히 배우들의 전성시대라 칭할 만하다.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