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은 우리에게 알려진 이란 영화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스타일을 지닌 영화다. 기록영화적인 스타일로 어린이나 여자 등 이란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주목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이란의 작가 영화와는 딴판인 이 영화는 이란 영화 내부의 주류 영화의 꼴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게 만든다. 국제 사회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대중 영화의 한 형태가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대결>은 1980년대에 일어난 이란과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젊은 시절을 반역죄로 감옥에서 허비한 주인공 제이날이 전쟁터를 배경으로 일종의 소영웅으로 거듭 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여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지내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으나 전쟁이라는 또 다른 감옥에 갇힌 제이날은 이라크 국경 근처에 있는 이란 남부 도시 코람샤르 기차역 근처에서 이라크 군에 맞서 싸우는 지역 민방위대에 합류하고 이라크 국경 근처의 기차에 밀봉돼 있는 기밀문서를 탈취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과거에 곧잘 볼 수 있었더 전형적인 전쟁 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영화에서 특기할 것은 꽤 압도적인 실감을 주는 전투 장면의 연출이다. 서구 대작 영화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스펙타클과는 또 다른 재미를 관객에게 안겨준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