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야마 신지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스릴러 영화를 선보인다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별다른 사건이 보이지 않는 진공 같은 세상에 다가섰던 그의 카메라가 반전으로 가득 찬 스릴러의 세계에서 어떤 개성을 보여줄지 사뭇 궁금한 것이다. <호숫가 살인 사건>은 그에 대한 모범 답안같은 영화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호숫가의 별장에서 특별 과외를 시키는 세 쌍의 부모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사건의 표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저류에 흐르는 참을 수 없는 긴장을 포착한다.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 성공적인 인생 궤도에 오르도록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대다수 일본 사람들의 삶의 모델이 된 가운데 이 영화는 그런 삶에서 파생된 어두운 그림자를 일깨운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과 행복한 결혼과 성공에 대해 사회적으로 강요된 가치에 복종한 듯한 인간들의 내면에 있는 파괴적인 욕망과 의무감에 깃든 권태와 독버섯 같은 파멸의 그림자가 영화가 전개될 수록 서서히 드러난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스릴러 형식으로 포장하면서도 아오야마 감독 특유의 느리고 서정적인 연출 호흡은 화면에 칼날 같은 긴장감을 새기고 있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