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느와르가 21세기에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독립영화 감독인 웡칭포는 선배감독들의 암흑가 영화에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의 옷을 입혀서 <강호>를 완성해 낸 것이다. 방금 아들을 본 헝 얀은 이제 강호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다른 암흑가의 보스들은 그를 그냥 보내 줄 수가 없다. 특히, 헝의 오랜 친구이자 또 다른 보스 좌수는 헝을 포함한 다른 보스들마저 쓸어버리려 한다. 한편, 암흑가에 막 발을 들여놓은 젊은 청년 익 차이는 친구인 터보와 함께 보스로부터 누군가를 살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웡 칭포는 보스 자리에 오른 헝 얀과 좌수를, 젊은 날 킬러로서의 첫 임무를 맡았던 익 차이와 터보를 대비시키면서 서사극의 재미를 더하려 하였다. 이같은 시도가 장엄한 느낌까지는 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홍콩의 암흑가 영화로서는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특히, 감각적인 영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묵직한 힘을 갖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헝 얀과 좌수가 예기치 못한 습격을 받는 장면은 역설적이게도 마치 우아한 퍼포먼스를 보는 듯 하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