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작 4편도 함께 소개된다. 감독인 가도와키 고헤이, 가타노사카 료, 나쓰메 신고, 시노미야 요시토시가 모두 부산을 찾는다는 점도 이번 특별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고스트 - 밤의 끝>은 나쓰메 신고가 연출하고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신작으로, 2027년으로 예정된 일본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된다. 나쓰메 신고는 최고의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원펀맨』(2015)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라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들을 선보여온 웰메이드 제작사 코믹스웨이브필름이,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신인 가타노사카 료를 발탁해 극장용 오리지널 제작을 지원한 36분 단편이다. 가타노사카 감독이 러프 원화 325컷 중 3분의 2를 손수 그리며 온 힘을 다한 작품이다.
<우리는 외계인>은 가도와키 고헤이의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며 비범한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로토스코핑을 기반으로 한 사실주의적 작풍으로 감독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장편 데뷔작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콩트르샹심사위원상을 받은 시노미야 요시토시의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6분 동안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시노미야 감독 특유의 초록빛은 독성 탓에 금지된 초록 물감 '화록청'에서 출발했다. 시노미야는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2013) 포스터와 <너의 이름은.>(2016)에 참여한 화가로, 이번 작품에서는 원안·각본·연출에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까지 직접 맡았다.
마지막 한 편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개척자 폴 그리모의 <왕과 새>(1952, 1980)다. 1952년 처음 완성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으나 그리모는 기존 판본을 전부 회수해 폐기하고 수십 년에 걸쳐 장면을 더한 끝에 새 편집본을 완성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성의 비밀>(1979)에서 이 영화에 뜨거운 오마주를 바쳤고, 다카하타 이사오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들어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무한한 애정을 표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대해 “최근 애니메이션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첨단의 화두로 떠올랐다. 따라서 우리는 올해의 대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부러 몇 가지 까다로운 전제를 두었다. 되도록 극장용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일 것. 과거 모험의 선례로 남은 작품일 것 혹은 동시대 미래의 비전이 될 작품일 것. 특히 한국에서 극장 상영한 적 없거나 적었던 작품일 것. 마지막으로 영원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은 잠시 제외할 것. 대신에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았고 그들 작품의 교본이 된 고전을 포함할 것. 어떤 영화들은 극장에서 볼 때에만 그 영화의 진짜를 느낄 수 있다. 부산의 관객이 이 진귀한 극장 체험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한다. 더불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타로와 차세대 거장 4인을 한 자리에 초청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전에 없던 다채로운 구성으로 눈길을 끄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화)부터 15일(목)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 상영작 리스트]
(정렬: 제작 연도순, <왕과 새>는 정렬 기준에서 제외)
<백사전>(1958) / 감독 야부시타 다이지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백사의 화신 파이냥과 청년 슈센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 일본 최초의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이다.
<슬픔의 벨라돈나>(1973) / 감독 야마모토 에이치
중세 프랑스, 사악한 영주에게 큰 상처를 입은 여자 잔이 악마와 계약을 맺고 마녀로 다시 태어난다. 멈춰 있는 수채화 위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1980) / 감독 데즈카 오사무
컴퓨터가 운명을 결정하는 미래, 로봇 올가의 손에 자란 우주 파일럿 고도. 금지된 사랑을 한 죄로 추방당한 그는 죽어가는 지구를 되살릴 생명체 '불새'를 찾아 우주로 떠난다.
<천사의 알>(1985) / 감독 오시이 마모루
물에 잠긴 폐허의 도시, 커다란 알을 품고 다니는 소녀가 십자가 형상의 병기를 짊어진 청년을 만난다. 대사를 걷어내고 성서적 상징과 이미지를 내세워, 관객의 해석으로 채워지는 작품.
<메모리즈>(1995) / 감독 오토모 가쓰히로
'기억'을 주제로 한 세 편의 옴니버스. 우주 쓰레기 처리선 선원들의 이야기 <그녀의 추억>, 실험실 사고로 걸어 다니는 생화학 병기가 된 샐러리맨의 이야기 <최취병기>, 포격이 일상이 된 도시를 원 컷으로 담은 <대포의 거리>로 구성된다.
<메트로폴리스>(2001) / 감독 린타로
인간과 로봇이 계층으로 나뉜 거대 도시, 소년 켄이치는 기억을 잃은 소녀 로봇 티마와 만나고, 티마가 도시를 지배할 열쇠임이 드러나며 마천루 지구라트는 파국을 맞는다.
<마인드 게임>(2004) /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첫사랑 묜과 재회한 만화가 지망생 니시는 야쿠자의 총에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다. 신 앞에서 죽음을 거부하고 삶으로 역주행한 니시는 도주 끝에 거대한 고래 뱃속에 갇힌다.
<숨바꼭질>(2004) / 감독 모리타 슈헤이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도시 괴담 '오토코요님의 유희'가 전해지는 황량한 마을.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해 소년 히코라가 금지된 숨바꼭질 게임에 참여한다.
<고스트 - 밤의 끝>(2026) / 감독 나쓰메 신고
고도화된 근미래, 선택받은 소녀 니케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채 일종의 저승 세계인 ‘별하늘’의 관리자로 살아간다. 그러다 상실을 안고 사는 남자 마스를 만나며 서로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시라누이>(2026) / 감독 가타노사카 료
구마모토의 바닷가 마을, 열 살 소년 미나토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정체불명의 불빛 '시라누이'에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그 기도는 끝내 빠져나올 수 없는 저주로 변하고 만다.
<우리는 외계인>(2026) / 감독 가도와키 고헤이
초등학교 3학년 여름, 쓰바사와 교타로가 나눈 우정 이야기.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사소한 배신이 수십 년 뒤까지 한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2026) / 감독 시노미야 요시토시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330년 역사의 불꽃 공방, 사라진 아버지를 대신해 전설의 불꽃 '슈하리'를 좇던 청년 게이타로 앞에 소꿉친구 가오루가 돌아오면서,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기까지의 이틀이 시작된다.
<왕과 새>(1952, 1980) / 감독 폴 그리모
사팔뜨기 폭군이 지배하는 왕국. 벽에 걸린 그림에서 빠져나온 양치기 소녀와 굴뚝 청소부가 왕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고, 왕을 조롱하던 새가 이들을 돕는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 10월 6일(화) – 10월 15일(목)
▶제21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 10월 10일(토) – 10월 13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