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러브 스토리인 <상처>를 ‘톰 타트리’라는 가명으로 공동집필하고 연출을 맡은 처드 송스리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순결한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1930년대 출판된 마이 무앙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이야기 틀은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한 마을에 사는 콴과 리암은 물소 등 위에서 연애를 하고 반카피에 있는 산 사엡 운하 옆 거대한 사이 나무 아래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들의 목가적인 연애는 리암이 방콕으로 보내지고, 이후 그녀가 대도시의 스타일과 세련미에 매혹되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현대판 우화인 <상처>는 무르나우 감독의 <선라이즈>와 비견할 만 하고, 영화의 우아한 트레킹 숏들은 또 다른 거장 막스 오퓔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당시 1970년대 태국에서 돌출적으로 등장한 이 영화는 큰 성공을 흥행을 거뒀고, 태국영화로는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첫 영화로 기록되며 태국영화사와 문화사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처드 감독은 2006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복원을 기다려왔다. (토니 레인즈)